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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작성일
- 2024.5.18
유미분식
- 글쓴이
- 김재희 저
북오션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이상은이었다. 그녀를 제일 처음 보았던 것은 분식집의 조그마한 브라운관에서였다. 가요제가 열리고 있었고 대상수상자가 바로 그녀였다. 그렇게 처음 '담다디'라는 노래를 알고 그녀의 매력에 빠졌고 그 이후로 한동안 그녀의 노래를 모조리 다 들을만큼,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그녀를 그렸고 목판을 새기라고 하면 그녀를 새길만큼 그렇게 좋아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처음 본 분식집을 잊지 못한다. 비록 상호도 주인도 장소도 기억나지 않아도 말이다.
이상하게도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여중생이나 여고생이라면 당연히 분식집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학생이라고 해서, 어른이라고 해서 분식집에 가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 말이다. 그만큼 분식집이라는 곳은 학창시절을 그리워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비록 내가 친구들과 마구 어울려서 매일 들락거리거나 단골로 가던 집이 없었어도 말이다. 위에서 얘기한 추억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그리워하는 곳이 된다.
십년만에 초대장을 받고 유미분식으로 향하는 사람들. 그들은 다 유미분식과 인연이 있는 그런 손님들이다. 차례에 보면 소제목을 음식의 이름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은행원이었던 아기 엄마가 먹었던 김밥, 오래전 실종되었던 아이가 좋아했던 돈까스, 아내를 간병했던 남편이 마셨던 쿨피스 등 저마다의 사연과 음식을 하나로 묶어 놓았다. 마치 세트 메뉴처럼 말이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유미분식을 운영했던 주인의 딸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자신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알리며 엄마의 유언으로 전해줄 것이 있다는 연락이다. 손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유미분식을 찾을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오래 전의 그들의 기억을 되새기며 힘들 때 우울할 때 외로울 때 유미분식이 있어주어서 힘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내게 그런 소중한 곳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미스터리를 썼던 작가답게 그저 단순하게 힐링 스토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반부에 반전이 등장을 하면서 잔잔하던 이야기는 또 한번의 다른 감동을 주게 된다. 모두가 행복한 것이 가장 행복한 이야기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가장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이 될 것이다. 작가님도 좋아하고 즐겨 드셨다던 소불고기 덮밥이 먹고 싶다. 어제 지나는 길에 들렀는데 하필 정기휴일이어서 먹지 못하고 말았다. 다음에 다시 가서 소불고기 덮밥 이야기를 읽으면서 밥을 먹을 거다. 유미분식은 아니어도 그 맛을 배가시킬 수는 있을 것 같다.
본문에는 떡튀순 세트가 나온다. 떡볶이와 튀김과 순대를 묶어서 파는 것인데 표지에는 떡볶이와 순대밖에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소금이 있는 자리에 튀김을 그려주었으면 좋았을 걸. 튀김이 그리기 어려웠나. 이런 건 나만 느끼는 생각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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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