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 리뷰(2024년)

달밤텔러
- 작성일
- 2024.5.19
인생
- 글쓴이
- 위화 저
푸른숲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위화의 <인생> 을 읽고
위화의 <인생> 을 읽고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질문에 맞서 세계적인 거장 위화가
휴머니즘과 해학으로 써 내려간 대답-
휴머니즘과 해학으로 써 내려간 대답-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은 드라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제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해서 막장보다 더 막장인 드라마 같다는 말이 있다. 드라마에는 기-승-전-결의 4단계 구조처럼 단계가 있는데, 우리 인생에서는 왜 한없이 비극이고 왜 항상 위기인 것만 같을까? 우리 인생 또한 드라마처럼 각 단계가 있고, 예측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 『인생』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삶은 '이보다 더 비극적일 수는 없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극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인생에는 희노애락이 존재하는데, 주인공 푸구이의 삶은 애, 즉 슬픔만 존재하는 것 같다. 이것이 우리 인생 라고 한다면 얼마나 비참하고 우울한가! 정말 말 그대로 살 맛이 안 날 것 같다. 하지만, 푸구이는 이런 비참한 삶, 온통 슬픔과 상실만이 존재하는 삶을 계속해서 살아나간다. 그 혼자 살아남아 증인처럼 또는 생존자처럼, 마치 죽어간 사람들의 삶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곁에 있던 가족들이 모두 죽고, 이제 그의 곁에는 '푸구이'라는 이름의 늙은 소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과연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그만 혼자 살아남은 것일까? 그런 궁금증과 함께 시작된 그의 삶은 정말 한 마디로 비참함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는 끝까지 살아남았기에 운이 좋았던 것이라 말할 수도 있을까?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그로 인한 슬픔을 극복하는 것 또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가!
과연 누구의 삶이 더 비참한가 내기라도 하듯이, 가족들 각자의 삶은 너무나 비참하고 그들의 죽음은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다. 젊었을 땐 한량처럼 빈둥거리다 갑자기 집안 형편이 안 좋아져서 가난 속에 허덕이고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 봐야 했던 푸구이 노인일까? 아니면 가난한 집안에 시집 와서 고생 고생하며 살다가 가난 때문에 자식들까지 먼저 보내고 결국 자신도 병에 걸려 마지막까지 고생만 하다 죽은 자전인가? 아니면 가난해서 남의 집에 팔렸다가 다시 돌아오고 그 이후 청각 장애인이 되어 고생하다가 결혼해서 출산 중에 결국 죽은 푸구이의 딸 펑샤인가? 아니면 학교도 다니고 양도 키우며 집안 일을 돕다가 헌혈 하다가 피가 몽땅 뽑혀 어이없게 죽은 유칭인가?
푸구이를 제외한 그의 아내인 자전, 딸 펑샤, 아들 유칭의 삶과 죽음을 보면서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운명이고,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삶 또한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에게는 오직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며 먹고 살아야 했기에, 그들은 가족의 죽음으로 힘들어하고 방황할 시간도 없었다. 남아 있는 그들이라도 살아야 했기에 가족의 죽음에 깊은 애도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너무나 순응적이고, 체념적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로 죽든 간에 이미 죽음은 일어난 것이고, 그 죽음은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절망 때문에 주저앉을 수도 없다. 당장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생계 나아가서는 목숨조차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 우리 또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전쟁의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남았고, 가족들 모두 죽는 상황 속에서도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푸구이 노인에게 과연 인생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쩌면 인간의 생명이 위협 받아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선택은 단 한 가지일 지 모른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인 삶의 목표일지 모른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삶의 위기와 고난을 주는 일들이 발생한다. 그런 일들 중에서 가족의 죽음, 즉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만큼 슬픔과 고통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의 잇따른 죽음은 정말 고통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이 책 속 푸구이의 삶을 통해 작가는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뎌 내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읽는 것만으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우울한데, 하물며 삶 속에서 진짜 그런 고난이 연이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상상도 가지 않을 정도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처럼, 살아있는 자체가 축복이다. 전쟁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 속에서도 푸구이만 살아남은 것, 어쩌면 푸구이에게는 삶에서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살아있어야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고, 좋은 날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푸구이 노인의 삶의 태도를 통해 아무리 힘들고 견딜 수 없는 고난이 오더라도, 참고 견디는 것,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바로 인생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볼품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내 주변 사람들을 보게나. 룽얼과 춘성, 그들은 한바탕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제 명에 못 죽었지 않은가.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웅다웅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얼마나 질기냐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p. 284
이 책을 통해 위화 작가는 우리에게 '인생을 왜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당신의 삶이 힘들고,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때, 삶의 밑바닥, 인생의 민낯까지 다 보여준 소설인 이 책 『인생』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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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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