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사이시옷
- 작성일
- 2024.5.28
완벽에 관하여
- 글쓴이
- 마크 엘리슨 저
북스톤

'완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부터 드시나요? 저는 넓은 육각형이 먼저 생각이 나는데요. 어떤 게임에서나 스포츠 분석에서는 캐릭터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6개 정도로 특정한 뒤, 각 능력치를 잇는 선을 그리는 것으로 '완벽'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능력치가 넓게 분포해 이를 잇는 선들이 큰 육각형이 그려질 수록 그 선수나 캐릭터는 완벽에 다가가는 것이죠. 반대로 이 도형이 찌그러질수록 평가절하 받는 캐릭터가 되기 마련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또 승부욕이 있던 저는 이런 '육각형'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요. 한때는 스스로가 '완벽주의'라며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하고 다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깜냥도 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육각형을 꿈꾸지만 그 도형에 이르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서, 이상적인 모습을 입으로만 말하고 있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완벽에 관하여'라는 책은 책 초장부터 크게 꾸짖음을 주고 시작했습니다. 유명인의 집부터 실험적인 건축에 늘 도전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낸 목수 마크 엘리슨은 이따금씩 사람들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최종 작품만을 본다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많은 노력과 수 많은 시도들은 주목받지 못한다고 말해줍니다. 마치 육각형을 원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제 어린 시절을 지켜본 것만 같아 괜히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마크 엘리슨은 처음부터 목수 일을 하려했던 것은 아닙니다. 바느질이나 뜨개질, 도자기 굽기, 미술, 심지어는 자전거 수리까지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마침내 목공 일마저 해본 뒤에 이 일이 본인에게 맞을 것 같다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셀 수도 없는 시간들을 노력하여 단계별로 점차 실력을 쌓아나갔습니다.
이 부분은 저를 포함한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큰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데요. 지금의 우리들은 도전하고 배우는 것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일을 하고, 그 일을 토대로 평생토록 크게 달라지지 않고 평안한 삶을 사는 것, 그 함정 아닌 함정에 빠져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진 않을 것입니다.
저자는 목공일을 하면서 세상을 배워나갔고, 많은 것을 느끼고 삶의 지침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목수 일을 통해 흡사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상 진리를 모두 품고 있다는 바둑처럼 저자는 본인의 '일'을 열심히하고 노력하는 것을 통해 진리를 터득해나갑니다.
책의 말미에는 이런 진리를 넘어서는 인생의 통찰까지도 느끼게 해줍니다. 에필로그 부분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생각은 이 사람이 정녕 목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시선을 보여주는데, 목수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득도한 경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듯 읊어주는 저자의 에피소드들은 분명 '열심히'만으로는 인생을 살기 부족하다 느끼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의지는 행동에 중심을 두지만, 그 마법은 우리의 능력과 정체성까지도 바꿀 수 있다.
의지의 결과를 인식할 때 영감을 줄 수도 있을 만큼 의지는 강력한 힘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건축용어라든지 하는 것에서 흠칫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가볍게 흘려 읽으면서 그 에피소드가 전해주는 본질을 느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의지'에 관한 위의 한 줄이 참 와닿았는데요. 저자는 비단 목공 일을 두고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다 그런 것임을 '유쾌한 현인'으로서 알려줍니다. 사실 유쾌하다기보단, 츤데레 느낌의 조언들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만의 신념과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어디서 배울 수 있냐며 늘 입이 삐죽 나와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의 어투는 조금 시니컬 할진 몰라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스스로 고뇌하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본인의 모습을 찾게 될 것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