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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in19
- 작성일
- 2024.5.31
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글쓴이
- 방성식 외 8명
스토리코스모스
소설가, 그거 어떻게 되는 건데?
특별하고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을 받는다. 방안에 틀어박혀 글을 쓴다. 바늘구멍같은 등단을 통과한다. 책을 내고, 팔고, 운이 좋으면 상도 받는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소설가 되는 방법'의 전부였다.
나도 소설을 쓰고 싶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라는 이름표를 달기까지 넘어야 하는 문턱이 너무 높다고만 느꼈다. 내게 소설가의 자질이 있을지, 특별한 사람들만 소설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말하자면, 내게 있어 소설가는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등단한 지 얼마 안된 신예 소설가 8인의 에세이, <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나를 망하게 했던 것들이 나를 쓰게 했다. 사랑이 망해도 망한 나는 남았으니까."
책을 기획한 박상우 소설가는 기획 의도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 "갓 탄생한 작가들, 아직 문학적 명성을 얻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작가들의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육성을 모아 놓으면 그 결과물에서 일종의 공통분모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 일종의 운명적 코드 같은 게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였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느낀 공통분모는 '실패'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실패 사례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월 100만원을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자책한다. 헬스장에서 일하며 지인들에게 등록 권유 전화를 돌리다가 자괴감을 느끼는가 하면, 알베르 카뮈가 노벨상을 받은 마흔 세 살에 받는 상이라고는 아내로부터 받는 밥상뿐이라며 소설의 신(神)을 붙잡고 한탄한다. 방금 늘어놓은 예시들은 책에 수록된 에세이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이들 중 아직 유명한 문학상을 받은 작가도,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작가도 없다. 실패는 현재진행형이다. 망하고 또 망하면서도 이들은 소설을 쓴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하나의 거대한 성공기라고.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지나온 작가들이 마침내 삶 그 자체에 도달한 아름다운 일대기라고. 이들은 모두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되었다. 소설 그 자체가 작가들의 삶의 목적은 아니다. 완전무결한 삶은 그 어디에도 없다. 문학 그 자체가 삶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들은 삶에서 문학을 발견했고, 문학과 함께 산다는 명제를 깨달았다.
책장을 여는 순간 독자들은 작가와 독대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 차 한잔하며 털어놓는 작가들의 내밀한 이야기. 그만큼 각자의 면면이 뚜렷이 나타나 있고, 소설에 대한 생각과 소설가에 이르게 된 경로도 제각각이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인생 경로를 함께 따라가는 느낌조차 든다. 행간과 여백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소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소설이 이들을 선택한 것이었다. 우연한 마주침이 아니라 운명에 의한 이끌림이었다. 그리고 운명이 이끄는 대로 가보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들 자신이었다.
소설이 자꾸만 나를 이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자. 내 인생의 실패가 이들 못지 않게 찬란함을 기억하자. 그리고 따라가자. 걷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라는 지점에 이미 도달해 있던, 먼저 걸었던 사람들을.
특별하고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을 받는다. 방안에 틀어박혀 글을 쓴다. 바늘구멍같은 등단을 통과한다. 책을 내고, 팔고, 운이 좋으면 상도 받는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소설가 되는 방법'의 전부였다.
나도 소설을 쓰고 싶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라는 이름표를 달기까지 넘어야 하는 문턱이 너무 높다고만 느꼈다. 내게 소설가의 자질이 있을지, 특별한 사람들만 소설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말하자면, 내게 있어 소설가는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등단한 지 얼마 안된 신예 소설가 8인의 에세이, <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나를 망하게 했던 것들이 나를 쓰게 했다. 사랑이 망해도 망한 나는 남았으니까."
책을 기획한 박상우 소설가는 기획 의도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 "갓 탄생한 작가들, 아직 문학적 명성을 얻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작가들의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육성을 모아 놓으면 그 결과물에서 일종의 공통분모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 일종의 운명적 코드 같은 게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였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느낀 공통분모는 '실패'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실패 사례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월 100만원을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자책한다. 헬스장에서 일하며 지인들에게 등록 권유 전화를 돌리다가 자괴감을 느끼는가 하면, 알베르 카뮈가 노벨상을 받은 마흔 세 살에 받는 상이라고는 아내로부터 받는 밥상뿐이라며 소설의 신(神)을 붙잡고 한탄한다. 방금 늘어놓은 예시들은 책에 수록된 에세이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이들 중 아직 유명한 문학상을 받은 작가도,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작가도 없다. 실패는 현재진행형이다. 망하고 또 망하면서도 이들은 소설을 쓴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하나의 거대한 성공기라고.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지나온 작가들이 마침내 삶 그 자체에 도달한 아름다운 일대기라고. 이들은 모두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되었다. 소설 그 자체가 작가들의 삶의 목적은 아니다. 완전무결한 삶은 그 어디에도 없다. 문학 그 자체가 삶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들은 삶에서 문학을 발견했고, 문학과 함께 산다는 명제를 깨달았다.
책장을 여는 순간 독자들은 작가와 독대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 차 한잔하며 털어놓는 작가들의 내밀한 이야기. 그만큼 각자의 면면이 뚜렷이 나타나 있고, 소설에 대한 생각과 소설가에 이르게 된 경로도 제각각이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인생 경로를 함께 따라가는 느낌조차 든다. 행간과 여백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소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소설이 이들을 선택한 것이었다. 우연한 마주침이 아니라 운명에 의한 이끌림이었다. 그리고 운명이 이끄는 대로 가보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들 자신이었다.
소설이 자꾸만 나를 이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자. 내 인생의 실패가 이들 못지 않게 찬란함을 기억하자. 그리고 따라가자. 걷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라는 지점에 이미 도달해 있던, 먼저 걸었던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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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