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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게 흔들리는 중입니다
글쓴이
최예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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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별점9.2 (17)
하우애
시르사아사나, 머리 서기 자세를 연습 하는 중이었다. 뒤로 넘어가지 않으려 긴장한 몸이 되는 자세. 머리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접어 발을 땅에서 뗀 순간부터 균형을 잡으려는 흔들림이 시작된다. 천천히 흔들거리며 접었던 무릎을 펼치며 다리를 위로 드는 그 순간, 옆에서 지켜 보던 큰 아이가 한 마디 했다. 꽃이 천천히 피는 것 같다고. 그 얘기에 웃음이 터져 흔들리는 몸을 주체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아직은 옆에서 툭 치면 넘어갈 정도로 힘과 유연성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언젠가는 흔들림 없는 편안한 상태로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매일 바닥에 머리를 대고 발을 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중이다.

마음에도 의도를 세웁니다. 마음을 의도한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도 힘과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힘과 유연함을 키우기 위해 요가를 합니다. 요가 매트 위에서 내 마음의 한가운데로 들어갑니다. (005쪽)

관심 있는 작가가 쓴 책에서 작가가 요가와 명상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요가에 관심을 가졌고, 어쩌다 계기가 생겨 헬스장 GX실에서 낑낑대며 요가 자세를 따라 하는 직장인이 됐다. 덕분에 요가를 먼저 시작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고 있다. 뭐든 관심사가 생기면 책부터 찾아보는 습관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책으로도 요가를 배우며 알게 됐다. 요가 매트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삶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과 꼭 닮아 있다는 것을. 요가는 몸을 움직이며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수행이란 사실을. 특히 마음을 다룬 이야기, 공감이 가는 마음 이야기, 마음 수련의 이야기들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그런 날도 있다. 내 안에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한 가지 모습의 나만 진짜 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감정에 휘둘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마음 회복력이 생기는 것이다. (038쪽)

한번 읽고 난 후 다시 읽고 있는 책에서 최예슬 작가가 '내 안에 세계가 있다'(039쪽)라고 쓴 문장에 크게 네모를 해 둔 흔적을 발견했다. 내 안의 나와 전투 중인 덕분에 더 선명하게 만난 말같다. 시선이 내 안으로 쏠리면 거기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난다. 온갖 요란함을 감지하고 나서 알게된 사실이다. 일상이 흔들리고 있었음에도 이전에는 몰랐다. 내 안의 세계가 내 밖으로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그걸 감지하고 가끔 내면 들여다보기를 한다. 저절로 그렇게 된 건지, 요가를 한 덕분인지 알 수 없지만 요가 덕분이라고, 요가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라 더 그런 것 같다.

나는 그대로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내부 역시 매순간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걸음을 멈춘 순간인 경우가 많다. 빨리 걸음을 옮길 때에는 확연히 다른 풍경를 보게 되니까. (181쪽)

매순간 다른 내가 된다. 뭐든 경험하고 시간을 보낸 나는 그 이전의 내가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미세하게 바뀌어 간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감안하면 1초 전의 나와 지금의 나도 다른 나인셈이다. 조금도 같은 내가 아닌 나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걸 감지하지 못한다. 그냥 나라는 존재가 있다.라고만 알고 지낸다. 요가 자세를 할 때마다 몸은 다른 경험 속으로 들어간다. 헉헉댈 정도로 힘을 쓰는 동작은 다른 세계로 나를 끌고 들어간다. 거기서는 또 다른 마음이 일어난다. 그걸 감지하려면 멈추고 느끼고 생각하려는 의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는 떨림도 있을 수 없다.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거기에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있으니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배가 당기도록 웃기도 하는 거겠지. 그러니 조금 약해진 것쯤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소중한 것을 잃은 표정은 짓지 않기로 한다. (246쪽)

힘도 유연성도 없어 흔들리며 자리를 잡는 나의 머리서기 자세는 매일 연습한 덕분에 조금씩 덜 흔들리는 중이다. 머리를 바닥에 댄 순간부터 나는 달라져 있고, 다른 마음을 만난다. 흔들리는 몸에 마음이 함께 하고 있었다면 내 마음도 조금씩 덜 흔들리는 상태로, 힘과 유연함을 더하고 있겠지. 그렇게 볼 수 없는 마음의 변화를 기대하며 오늘도 요가 매트를 거실에 툭 펼친다. 최예슬작가, 그림을 그린 김민지작가 덕분에 삶과 요가는 뗄레야 뗄 수 없구나, 요가가 내 삶에 정신적인 안전바가 되어(008쪽)주겠구나. 기대하게 된다. 다른 길을 걸어온 사이지만 요가를 매개로 때때로 한 모퉁이에서 책으로 만나고픈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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