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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비J
- 작성일
- 2024.6.9
만남
- 글쓴이
- 강인숙 저
열림원
이 시대의 지성으로 알려진 이어령 선생님의 부인이자 문학평론가, 국문학자인 강인숙님이 쓰신 부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의 이어령선생님이 아니라 인간적인 이어령 선생님의 모습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더 읽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에는 거목이신 이어령 선생님의 평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관심을 가졌다면 책을 받아든 순간 이시대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남편을 바로 옆에서 보고 느꼈을 저자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어떻게 서로를 보듬어 왔을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만남부터 이별까지 70년을 함께 한 이야기라는 말이 참 울컥했던 것 같아요. 70년이라는 긴 인생을 함께 했던 동반자를 떠나보낸 뒤 꺼내본, 나만 알고 있는 보석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것 같아 울컥한 마음과 따뜻한 마음과 함께 책을 펼쳐본 것 같아요.
"이어령 선생님 어디까지나 예술가였지 행정가나 정치가나 위인은 아니었습니다.
창조하는 부분만 빼면 그냥 보통사람이죠 p9"
머리말을 읽어내려가며 이미 별세한 분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기까지의 고민과 조심스러움이 묻어나 있어 겸허해 졌어요. 저자가 글을 작성하기까지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얼마나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셨는지를 엿볼 수 있었어요. 이야기의 인물이 별세하셨으니 자전적 이야기의 고증이 어려운 가운데 저자가 노력했던 내용과 책에 담으려 했던 진심이 느껴져 더 깊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책은 총 3부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머님과 아버님의 이야기, 저자와의 만남에 대한 내용 등 평소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구요. 부록은 이어령 선생님의 친지분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어 좀 더 어릴 적 모습을 엿볼 수 있기에 기대되는 부분이었어요.

7남매 중 6째인 이어령 선생의 어린 시절 어머님과의 과거를 적은 이 부분에서는 선생님의 어머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어머님과의 관계나 부재로 인한 삶의 변화 등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 당시 신 여성이신 어머님 밑에서 그리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신 아버님 밑에서 자란 이어령 선생님이 어떻게 이시대의 지성으로 존경받게 되었는지 엿볼 수 있어요. 어머니가 계실 적 외갓집과의 깊은 유대감 등을 느끼며 그 당시 발전된 시대상에서 자라난 경험이 창조의 원천이 된 배경이 될 수 있었던 과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데요. 중간중간 씌여진 고어 단어들과 함께 그 시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문체가 특히 좋았던 부분이었어요.

"동시대인"
동시대인이라는 말이 이렇게 와닿은 적이 있었을까 싶을만큼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이었어요. 같은 해에 태어나 비슷한 가정환경, 비슷한 가족구성, 그리고 비슷한 상실감과 문학을 접하게 된 계기까지..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많은 내용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낸 상실감까지 동시대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내온 이야기에서 오는 끈끈함이 인상 깊었어요.
만남의 끝은 헤어짐이지만, 헤어짐을 통해 가장 힘든 것은 동시대를 교류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문장이 제일 공감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우리는 세대차이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하지만, 20세기 초부터 21세기가 될 때까지 격변한 한국을 살아온 이어령 선생님과 강인숙 박사님의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공감대에 대하여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특히 문방구의 결핍에 살았기에 계속해서 가득가득 채웠고, 그것을 이해하는 서로에 대해서 서로만이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여운이 길었던 것 같아요.

이어령 선생님의 넷째 형님이신 이서영 선생님의 회고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에요. 미나리꽝에서 만난 개구리와 그리고 그 침묵에 대한 기억이 이후 88올림픽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나게 되었는지 회상하고 있어요. 보고 있는 것 하나도 마음에 깊이 담고 있던 어린 시절의 이어령선생님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인사이트가 되어 좋았던 부분이에요.
책을 읽으며 그 동안 표면적으로만 알았던 이어령 선생님의 모습에서 좀 더 소탈한 모습으로 한 걸음 다가간 기분이 들었어요. 머리말에서도 적혀있지만 모든 것이 고증되지 않았고 구전으로 인해 연도가 뒤죽박죽 되었던 것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 시대의 지성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어린 시절의 경험들과 죽음을 앞둘 때 까지 평생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 가까운 이를 잃는 상실에서 오는 감정적인 것들의 예술적 승화 등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통해 그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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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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