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바닷가 나무늘보
- 작성일
- 2024.6.20
집으로 가는 여정
- 글쓴이
- 표현우 글그림
노란상상
두 달에 한 번 정도 4시간 거리의 본가에 갑니다.
언젠가부터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옥상에 올라갑니다.
길고양이가 멀리 떠나온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저도 동네를 바라봅니다.
1986년 9월에 이사 온 후로 어머니는 아직도 같은 집에 살고 계십니다.
10년 전부터 동네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계약서도 몇 번 작성했지만 경기 불황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번번이 실패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집 앞 골목까지는 몇 년 전 철거 후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채로 있고, 조금 떨어진 곳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다 가리는 아파트단지가 새로 생겼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여러 재개발 지역을 답사하여 수집한 내용을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섬세하게 표현한 책입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동네가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 책은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반듯하지 않은 골목길과 전봇대에 어지럽게 묶여 있는 전선들, 슬레이트 지붕 멀리 보이는 아파트, 집 앞의 커다란 화분들.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동네는 비슷한 모습인가 봅니다.
이 책에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동네 곳곳을 보여주는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고양이가 걸어다니며 바라본 풍경을 작가는 사진처럼 세밀하게 표현하여 담담한 글과 함께 보고 있으면 고양이와 같이 동네를 걷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도 얼마 후에는 ‘내가 살던 곳은 사라졌다.’ 이렇게 얘기하겠죠.
누군가는 폐허라고 빨리 허물어야 한다지만 아직은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골목길과 동네 풍경을 보내고 싶지 않아 본가에 가지 않을 때에는 이 책을 계속 보게 될 것 같습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