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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
- 작성일
- 2024.6.22
아무튼, 디지몬
- 글쓴이
- 천선란 저
위고
어느 날 평소처럼 예스24 홈페이지에 들어왔다가 메인에 소개되어 있는 <아무튼, 디지몬>이라는 책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우리가 애니메이션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디지몬 어드벤처>를 소설로 옮긴 책이 아니라 <디지몬 어드벤처>라는 작품을 본 어느 작가의 에세이였다. 그 디지몬을 소재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한동안 에세이를 읽지 않다가 그렇게 호기심 하나로 <아무튼, 디지몬>을 구매해서 읽기로 했다.
책은 평소 내가 구매하는 라이트 노벨과 만화책처럼 크기가 작았지만, 재생지가 사용되었는지 책이 무척 가벼운 데다가 책을 읽을 때도 눈이 편했다. 광택이 나는 아트지 같은 재질을 이용한 책은 겉보기에는 좋아도 책을 읽으면 피로도가 높아지다 보니 좀처럼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아무튼, 디지몬>은 이야기도, 책의 재질도 다 편했다.
<아무튼, 디지몬>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SF 작가로 활약하는 천선란 작가가 어릴 적에 만난 <디지몬 어드벤처>라는 작품과의 추억이자 어른이 되었기에 비로소 알 수 있는 디지몬과 선택받은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디지몬 어드벤처>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웃기도 했고, 잠깐 사색을 하기도 했었다.
말이 사색이지 그냥 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나는 어떻지?'라며 짧게 감탄하거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을 뿐이었다. 천선란 작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다 보니 <디지몬 어드벤처>라는 작품을 보았던 그 시절의 추억이 비슷하기도 했지만,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겪기 마련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 수가 있었다.
그냥 재미있게 보았을 뿐인 디지몬과 함께 선택받은 아이들이 모험하는 디지털 세계의 이야기에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페이지에는 북클립을 끼워서 예스24 사락의 독서노트에 옮기기도 했고, 일부는 블로그에 후기를 작성하면서 인용하기도 했다. 지금 여기서 옮겨 보고 싶은 글은 이렇다.
묘티스몬과 싸움에서 피요몬이 크게 다친다. 피요몬은 더 싸울 수 없는 상태인데도 소라를 지키겠다고 묘티스몬에게 달려든다. 소라는 그런 피요몬을 끌어안고 화를 낸다. 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싸우냐고 말이다. 피요몬은 소라를 뿌리치며 소라를 지켜야 한다고 외치고, 소라는 그런 피요몬을 놓치지 않으려 꽉 끌어안다 문득 깨닫는다. 자신이 엄마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그때 발목이 다쳤는데도 축구 시합에 나가겠다는 소라를 걱정했던 것이란 걸. 자신은 언제나 사랑받고 있고, 자신 안에도 사랑이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사랑'의 문장이 빛난다. 피요몬은 버드라몬으로, 그리고 곧바로 완전체인 가루다몬으로 진화한다.
(중략)
나는 자주 이 에피소드를 돌려본다. 소라가 자신에게 사랑이 있다고 알게 되는 것이 좋았다. 어쩌면 소라의 문장이 '사랑'이라서, 바로 그 단어라서 더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본문 74)
그 순간 '사랑'의 문장이 빛난다. 피요몬은 버드라몬으로, 그리고 곧바로 완전체인 가루다몬으로 진화한다.
(중략)
나는 자주 이 에피소드를 돌려본다. 소라가 자신에게 사랑이 있다고 알게 되는 것이 좋았다. 어쩌면 소라의 문장이 '사랑'이라서, 바로 그 단어라서 더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본문 74)
글을 옮기는 동안 나는 분명하게 기억은 나지 않아도 분명히 보았을 그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과 거리가 멀거나 인연이 없다고 생각한 '사랑'이라는 단어를 곱씹다 보니 괜스레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천선란 작가의 <아무튼, 디지몬>은 이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가볍지만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
디지몬과 선택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작가 천선란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는 에세이 <아무튼, 디지몬>을 오늘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분명,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잊고 지낸 나를, 혹은 외면하고 있었던 모험을 하고 싶었던 나를 다시 마주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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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