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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1997
- 작성일
- 2024.7.14
소로의 일기 (영원한 여름편)
- 글쓴이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갈라파고스
막연하게 갖고 있는 미래계획 중 하나는 정확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과 반대되는 환경에서의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조부모님과 농촌에서 보냈던 유년시절은 아직도 언뜻 언뜻 기억에 남아있다.
할머니 등에 업혀 쑥을 캐러 가기도 하고, 감자밭을 신나게 쏘다녔던 때는 여전히 나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이유로 충분히 작용하고 있다.
<소로의 일기:영원한 여름편>은 작은 일상들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일기형식이니 나에게 대입하여 보다보니 어느새 이입하고 있기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적어낸 부분에서는 읽고 있는 지금의 한여름이 무색할정도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이제 막 피우는 온기와 맺기 시작하는 싹의 트임을 보며 아직 먼 봄날씨를 느껴질 정도로 계절감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기억에 남을만한 책이다.
<리틀 포레스트>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무해한 환경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간만에 부담없이,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나와 한 약속을 되돌아 볼수 있는 기회였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주 배경은 쌀쌀한 겨울의 한 가운데지만, 책의 타이틀에 맞게 그 사이사이 숨어 있는 여름이 주는 활기참이 눈길을 끈다.
특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는 것, 단순하게 살고자 마음 먹는 것이 단단해지는 비결일 수 있다는 것도.
소로의 일기를 몰래 보고 나니, 졸음 속에서 흘림체로 휘갈기면서도 오늘을 기록하려는 내 일기가 문득 소중해지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가장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가까우면서도 멀며 손이 잘 가다가도 완전히 놓아버리기도 하는, 어려우면서도 쉬운 쓰기의 시작점은 일기이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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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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