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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녕
- 작성일
- 2024.7.24
원도
- 글쓴이
- 최진영 저
한겨레출판
#한겨레출판 #최진영 #원도 #나는왜죽지않았는가 #소설

네 엄마가 가르쳐줬어.
상대가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면 바로 그 앞에서 웃으라고 했어.
웃어야 한다고 했어.
원도가 장민석을 보며 씨익 웃었다.
장민석도 웃었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60쪽
원도는 늘 산 아버지의 선택지 안에서 선택 당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아이다. 원도는 우연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했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이유를 찾기 위해선 잊고 있던 무언가를 기억해내야 했다. 기억도 학습도 젬병인 원도는 제 엄마를 뺏어간 장민석만은 꼭 기억했다. 장민석은 원도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죽은 아버지에 의해, 엄마에 의해, 산 아버지의 의해, 장민석에 의해, 아내에 의해 수시로 몰락한 원도. 그럼에도 원도는 자신이 왜 죽지 않았는가에 대해 끝없이 의문을 가졌다.
선택 당하는 삶을 살았던 원도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죽은 아버지가 죽기 전 제게 건네줬던 물을 기억해냈다. 자신에게 물을 준 아버지는 물을 마시고 죽었다. 물을 마시기로 선택한 원도는 물을 마시고 죽지 않았다.
원도는 여기서 깨달은 거다.
살아가는 건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으나,
죽음만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고민했다.
원도는 자신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이유를.
원도 자체를 요구하던 그것,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원도>
결국 원도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확실히 알기 전까진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자꾸만 목이 메여서 책을 한 번에 읽진 못했다. 원도가 가진 감정들이 너무나 뜨거웠기에 크게 데일까봐 무서워서 책을 호다닥 덮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원도.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을 보니 보상이라도 해주듯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눈물이 속을 뻥 뚫어주었다. 속시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게 가장 원도에 알맞은 결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 당신.지금까지 원도의 기억을 쫓아온 당신도 한 번쯤은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이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
정말 틀린 말 하나 없어서 더 슬펐다.
원도가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도'가 죽어 없어져야 된다,가 아니라 원도의 '기억'이 없어져야
원도가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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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