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책일상
- 작성일
- 2024.7.31
여행자의 어원 사전
- 글쓴이
- 덩컨 매든 외 1명
윌북(willbook)

하지만 코스타리카라는 이름은 1539년 12월 17일, 이들이 스페인이 지배하는 파나마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을 때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되었기에 진정한 기원은 끝까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멋진 이야기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48쪽, 여행자의 어원 사전.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아는 지명들이 아무렇게나 붙은 이름이 아닌, 이야기가 가득한 보물 상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길 위의 이정표나 지도 위의 지명이 새롭게 보일 수도 있다. 또 소통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에 인류가 언어 장벽을 초월한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11쪽, 여행자의 어원 사전.
덩컨 매든은 20여 년간 세계 각지를 탐험하며 글을 써왔다. 현재도 여행 작가로서 포브스에 기고하며 여행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덩컨의 여행기는 직접 방문했던 순간의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6개의 대륙과 65개의 국가들을 방문하는 동안 각 나라의 이름과 그 어원을 자연스레 조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원들은 몇 백 년 전 혹은 몇 천년 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름이 생겨났을 거라고 추정되는 시대의 언어나 역사,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알고 있어야 한다. 때론 기록조차 존재하지 않는 부족의 족적을 밟기도 한다. 국명의 어원은 언어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나와틀어, 크리올어, 마야어 등의 언어들을 통해 각 나라의 역사를 가늠해 본다. 덩컨 매든은 자연스레 국가의 이름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다고 했지만 분명 자연스레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나라의 이름은 이야기가 가득한 보물 상자라던 그의 말이 이제서야 와닿는다.
어원 여행을 하다 보면 거의 모든 국명의 어원이 네 갈래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미보다는 그 나라의 탄생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로, 1 주요 지형(예: 아이티. ‘높은 산들의 나라’), 2 위치나 방향(예: 일본. 중국의 동쪽에 있어서 ‘해가 뜨는 나라’), 3 민족(예: 프랑스. 게르만족의 일파인 프랑크족에서 유래), 4 유명하거나 중요한 인물(예: 아메리카. 이탈리아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유래)이 그것이다.
15쪽, 여행자의 어원 사전.
‘여행자의 어원사전’에서의 목차는 곧 대륙이다. 대륙을 구성하고 있는 각 나라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접한 국가의 순서대로 진행되어 세계 지도를 공부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저자의 출신지인 북아메리카의 캐나다의 어원을 파헤치는 것으로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다. 아주 오래전 지어진 나라의 이름들은 언제,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 수 없어 갖가지 가설로 추정하곤 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덴마크(Denmark)가 자국민으로부터 댄마크(Danmark)라고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댄마크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이름이 만들어진 데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이 있다. 고대 왕국의 왕자 노리, 외스텐, 댄이 각각 노르웨이와 스웨덴, 덴마크 지역을 통치한 후 지금의 덴마크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더 가능성이 높은 가설로는 게르만족의 일파 다니족에서 파생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능성으로 추정할 뿐 정답은 알 수가 없다. 같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핀란드어는 인도유럽어족이 아니라 우랄어족에 속하기 때문에 이웃 나라 언어들과 계통이 전혀 다르고 f라는 글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핀란드가 Finland인 이유는 몇 세기 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침략을 거치며 만들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름이 자국민에게는 다르게 사용된다는 사실과 국명의 글자가 존재치 않음에도 국명으로 정해진 핀란드의 이야기를 보면 나라의 이름은 단순히 한 국가의 영향만 받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나와틀어는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이름에 사용되었다. 멕시코를 나와틀어로 해석하면 ‘달 호수의 배꼽의 장소’라고 한다. 배꼽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멕시코이니 만큼 그럴듯한 어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테말라 또한 나와틀어 혹은 마야 원주민 키체족의 언어에서 파생되었을 거라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정복자였던 콩키스타도르들이 발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과테말라가 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나라 중 한국의 어원이 어떻게 설명되어 있을지 가장 궁금했다. 서방에서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한국에 대해 최초로 언급했다고 한다. 폴로에 의해 Gao li 왕조(고려)는 이탈리아어로 Cauli, 그 뒤에는 Corea가 되었다고 한다. 고려 자체로는 높을 고에 예맥족 일파의 이름인 읍성을 뜻하는 ‘구루’ 또는 중앙을 뜻하는 ‘가우리’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남한과 북한으로 분리되었음을, 그럼에도 같은 한국이라고 여겨 방향을 뜻하는 접두사만 다르게 부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명의 어원은 과거에 걸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넓게 살펴봐야 한다. 어쩌면 한 국가의 이름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한 국가를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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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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