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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내전과 전쟁으로 인해 난민으로 살아가는 중동 국가들을 지켜보면서 분단국가인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솔직히 가만히 앉아서 편안하게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한가로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민망하다. 

그들에겐 ‘생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며 당장 오늘 잠을 잘 곳,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해야 한다. 

부모님 세대가 입버릇처럼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밥은 먹었냐?’ ‘절약해서 집 사야지’ 

전쟁 이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모님에게 중요한 건 의식주였다. 지금 우리는 그것이 거저 생긴 것인 양 감사하게 생각지 않는다. 

최근까지 ‘난민기구’에 후원금을 보냈다가 내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아서 중단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나라에 전쟁이 선포된다면? 
먼저는 내 ‘삶’이 없어진다. 그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하다. 

레바논,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리비아,이라크,시리아.. 내게 낯설게만 느껴졌던 이 나라들이, 이제는 ‘난민,’실향민,‘이민자’가 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같은 인간으로서 가슴이 쓰려왔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을 읽으며 이미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보았다. 

폭격으로 보금자리를 빼앗긴 곳을 다시 찾은 그들은 잿더미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찾아보려 했지만 뭔가 건지기는커녕 자신의 인생에 작별을 고하러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제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험을 어떻게 낼까 고민하던 사람이 오늘은 무엇을 먹고 입을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라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참으로 절실하게 다가온다. ‘살람.살람.살람’ 이라고 평화라는 말을 3번이나 외쳤다. 

고문과 전쟁에서 살아나서 망명해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이들 또한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고향나라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너무 슬픈 운명이라며 괴로워한다. 

가끔씩 아이들이랑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 전쟁이 나면 어떻하지?
‘배’타고 일본으로? 
‘비행기’타고 미국으로? 
그렇다면 그 이후의 삶은? 

탈출했다고, 목숨을 건졌다고 안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향민으로 살아가야 할 그 이후의 삶이 정말 비참하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 지구상에서 이런 비극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세계분쟁지역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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