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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글쓴이
셸리 리드 저
다산책방
평균
별점8.7 (286)
책읽는오리
책을 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넷플릭스에 들어가 영화를 본 일. 엉뚱하게도 원서가 다른 책이었다는 사실을 영화와 책을 끝까지 다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응? 왜 형제들이 낚시하는 장면이 안 나오지... 매우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영화와의 공통점을 끊임없이 찾아가며 읽었던 나의 헛된 노오력...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로버 레드포드 감독의 작품 <흐르는 강물처럼(1992)>은  셸리 리드가 아닌 노먼 매클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다는 것!! 와우... 비록 전혀 다른 소설과 영화였지만, 두 작품 사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강물'이 주는 메시지는 나에게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강물과 함께 사랑하고 성장하고 아프면서 깨달음으로 가는 한 여성의 삶은 곧장 나를 압도했다.
빅토리아의 애틋하고도 강인한 삶 속에는 인디언의 무참한 학살의 현장이 묻어 있다. 이전에 들었던 고통 수업에서 린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그 순간의 충격과 소름을 잊지 못한다.
소설 중반부에서 달달한 주인공 남녀의 사랑과 감정을 처참히 무너뜨린 장면 또한 그 장면이었다.

나조차 글만으로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윌슨 문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장면에서는 '제발, 제발 아니기를!!'을 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그저 하나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기를. 그에게 제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다시 짠~ 하고 빅토리아 앞에 나타나기를 수없이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이 받아들일 수 없는 소문이 되어 빅토리아에게 들려왔을 때 그녀와 함께 나의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이상한 열매]의 가사가 떠오르는 지독하게 아프고 비극적인 장면이었다.  

너무 아프고 서러워서 책을 읽다 말고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과 어지러운 마음을 수습하며 가라앉혀야만 했다. 결국 그녀는 나의 바람대로 강인하게 그 아픔들을 이겨내었고, 선물과도 같은 아들을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통하여 여자에서 엄마로서의 삶으로 한 층 더 깊고 찬란한 인생의 물결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그저 한 소녀의 사랑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의 역사를 담담히 고발하는 이 소설이 참 좋았다. 한 여성이 한 시대를 겪으며 마주하는 아픔 가운데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성장하며 강인하게 일어서는 그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힘차게 흐르는 강물처럼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그녀의 고독하고 고통스럽고 막막한 임신-출산 과정은 아이 둘을 출산한 나조차도 감당하기 버거웠던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가족들과의 생이별, 고독한 출산과 참혹한 생존 과정을 거쳐 낸 홀로서기, 가슴 찢어지던 아이와의 생이별은 나의 눈에 수도꼭지를 얼마나 세게 틀어놨는지 모른다.

주저하는 나에게 용기를 주고, 메마른 나의 마음에 불씨를 일으켜 준 빅토리아와 윌슨 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녀의 인생 제 2막을 살기 시작하던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우정어린 친구 젤다에게도 참 고마운 마음이다.

그녀를 보며 나의 친구를 가만히 떠올려 보게 되었고, 그런 친구가 내게도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책을 읽고 이 여운과 함께 그 친구에게 젤다를 이야기해 주었다. "너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아." 그 친구는 그 순간 책 [흐르는 강물처럼]에 영업 당하고 말았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리뷰를 마친다.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32p)
내가 산에서 얻은 가르침이 있다면, 그건 땅은 지속된다는 것, 필요한 때가 되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없애고, 가능할 때 제 모습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었다. (279p)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 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다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 (281p)
나는 하루하루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었고 그건 좋은 삶이었다. 내게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 앞에 놓인 것들에 감사했다. (309p)
"우정이란 게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욕심 내지 않고 서로의 장점을 바라본다는 면에서 나는 우리가 좋은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다."(337p)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고, 모든 걸 쓰러뜨린 폭풍이 지나가고 햇빛이 내리쬐는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최선을 희망하며 예측할 수 없는 조각들을 모아가며 성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함께였다. (416p)
#북클러버 #흐르는강물처럼 #책읽는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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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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