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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 작성일
- 2024.8.27
열세 살의 걷기 클럽
- 글쓴이
- 김혜정 글/김연제 그림
사계절
12살의 내가 생각하는 13살은, 가족보다 친구들과 더 돈독한 시기, 혼자있고 싶은 시기,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지는 시기,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 다 컸다 생각하는 시기, 비밀이 생기는 시기인 것 같다.
이 시기의 평범한 아이들 넷이 모여 펼쳐지는 이야기, 동화속 해피엔딩이 아닌 일상의 가족들과의 스트레스, 친구와의 다툼, 외모 콤플렉스 등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내가 생각하는 학폭위는 왕따 문제, 폭력, 일진놀이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야 열린다고 생각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다가 강은이가 반장을 때리는 장면만 찍혀 괜히 학폭위만 열리고 강은이만 강제 전학을 오게 된 것이 너무 황당하고 진짜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이없게 학폭위가 열리다니......
밝은 아이였던 강은이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안타까웠다. 걷기 클럽 친구들은 강은이를 감싸주었지만 반신반의했다. 거기서 친구들이 좀 더 강은이를 믿어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강은이가 집으로 가는 길에 “무섭다...”라고 말했다. 귀신이나 좀비보다 더 무서운게 혼자만 덩그러니 버려진듯한 외로움, 친구들의 손가락질, 쑥덕거림, 비난, 패드립 인 것 같다. 너무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걸 아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말이 악플러들에게 한 말이 아닌 확실하게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한 말이 아닐까? 사실 강은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마 자기 같아도 못믿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악플을 보며 친구들이 그것을 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자신의 가족이 사기꾼이란 말을 들으면 누구든 화나고 겁도 날 것이다. 아무리 밝은 강은이라지만 그래도 이런말을 들으면 억울하고 분통터질 것이다. 하지만 그걸 극복해낸 강은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마라톤 걷기대회 당일, 계속 연락이 없던 강은이가 등장했다. 악플에 대한 마음을 모두 털어내고 아이들과 함께 걷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걷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헤아려주고, 단단한 사이를 만들어주는 시간이라 생각된다. 걷기 클럽이 없었다면 각자의 상황에서 힘들었던 아이들이 무엇을 통해 위로받고, 친구를 사귀고,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강은이가 말한 손가락 하나의 의미처럼 나에게도 등을 밀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엄마한테 혼나서 힘들 때 “나도 같은 처지야.”라며 울고 웃고를 함께한 친구, 좋아하는 남자 아이에 대해 비밀을 털어놓고 키득거렸던 친구, “준비물 챙겼어?” 물어봐주고, 코인 노래방가서 신나게 노래부르고 마라탕 먹으며 수다 떨었던 친구, “오늘은 내가 간식 쏜다!” 이 한 마디에 하늘을 나는 듯 뛰어다녔던 우리,
나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해주고, 나를 챙겨주던 그 시간들이 손가락 하나로 나의 등을 밀어준 힘인 것 같다.
혜윤, 윤서, 강은이는 재희와 함께 고백 프로젝트를 짜고 옷도 골라주고 다이어트도 도와주었다. 같이 고민하며 진심어린 충고도 해주었다. 혜윤이가 머리띠 시스터즈에서 은따를 당할 때 다시 걷기클럽에 안들어오면 운동화를 환불해야한다고 하며 혜윤이를 도와주었다. 이때 정말 강은이의 센스에 감동받았다. 또 윤서는 절친 채민이가 아동학대 당하는걸 알게 되어 엄마한테 고백했다.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채민이랑 사이가 틀어졌지만 나중에는 고맙다고 말해줘서 마음이 놓였다. 채민이가 ‘이 곳은 편안하지는 않지만 불안하지는 않아.’라는 말을 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편안하지 않은 것도 힘든데 불안하게 산다는 건 얼마나 힘든일이었을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은이의 용기있는 행동이 채민이를 살린 것이다.
나에게 이런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나도 친구들이 힘들 때 등을 밀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 대단한 도움과 엄청난 위로가 아니더라도, 등을 토닥여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만으로라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지랖퍼라고 구박을 받기도 하지만 그건 용기있는 행동이고 친구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었다. 나도 강은이처럼 따뜻한 봄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힘들 때 응원의 손가락 하나로 등을 밀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왕따를 당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각자의 환경에서 나름대로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용기를 내어 등을 밀어주면 좋겠다. 온 힘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 손가락 하나의 힘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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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