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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글쓴이
로랑스 드빌레르 저
피카(FIKA)
평균
별점9 (138)
dayo7feast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내가 필요한 상품은 하나인데 구매하려고 검색하면 종류가 수십에서 수천가지나 된다. 가끔은 그냥 잘 만든 상품 하나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며칠 전에는 설거지를 하다 그릇 수납장 문을 열었는데 텀블러가 한가득이다. 구매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이다. 환경을 생각해서 1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당위성을 명분으로 굳이 내가 쓸 필요도 없는 제품들을 소유하게 되는 현실이다. 결국 내게는 쓸모 없는 것들일 뿐이다. 결국은 쓰레기가 될 쓸모 없는 것들이 내 삶에 넘쳐난다는 생각을 하다 책으로까지 생각이 뻗어나간다. 책도 마찬가지. 책장을 둘러보다 보면 굳이 내 삶에 필요하지 않는 내용의 책들을 참 많이도 구매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손때 묻은 책들도 꽤 된다. 텀블러처럼 직접적인 필요는 아니더라도 내 기분이나 감정을 위로해주는 좋은 내용의 책들이다. 몇 번을 읽어도 다시 책장을 찾게 만드는 책들.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필요는 아니더라도 삶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주는 책들을 참 좋아한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기에 유행했던 분야가 철학이다. 2006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철학이나 인문학 내용의 책들이 자기계발서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다. 실질적인 솔루션이 담긴 자기계발서를 주로 읽던 나에게도 인문학류의 자기계발서는 참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동안 인문학 붐을 타고 철학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을 이어가느라 책읽기가 소원해졌다. 책장에는 아이들 책이 쌓여가고 교양서나 역사서 정도만 간신히 구매하곤 했는데 오랜만에 철학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과연 철학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역사도 수학도 쓸모가 있을 텐데. 그래서 ‘역사의 쓸모’도 구입했더랬지. 저자도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모든 삶은 흐른다’를 썼다고도 하고. 물론 안 읽었지만. 왠지 모르게 베스트셀러에는 거부감이 든다. 뭔가 검증이 되고 시간이 지나 신뢰가 쌓여야지만 안심이 되기 때문일까. 아무튼 뭐 오랜만에 한 권 구매해서 읽었다. 

읽은 소감은? 뭐 엄청 대단한 느낌은 아니다. 엄청 좋았다는 리뷰를 쓰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내용은 담담하다. 철학에세이? 철학칼럼 정도의 분량이 엄청 많은 챕터로 정리되어 있다. 한 가지 놀라운 건 철학이 이토록 다양한 영역을 설명해줄 수 있구나 싶다. 목차만 보고도 내가 필요한 부분을 먼저 읽을 수도 있다. 어떤 챕터는 크게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또 어떤 챕터는 내 생각과 달라서 고개를 갸웃거리게도 만들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철학이 우리 삶을 해석하는 틀로서 상당히 유용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 모두는 문제 없는 사람이 없다. 누구나 마음부터 경제적인 것까지 문제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내 소유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인지라 여기저기서 나 쓸모 있어, 라고 손을 번쩍 들고 아우성치는 것들이 넘쳐난다. 이런 풍요의 시대에 과연 진짜 내 삶에 쓸모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다 아프고 문제가 있다. 사실 이 생각을 해야지만 진짜 쓸모 있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예수가 한 말이었던가. 아픈 자에게라야 의원이 쓸 데가 있다고. 아픈 줄을 모르면 의사나 병원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의 빈곤함을 겪고 있다. 온 나라가 피해의식과 나르시시즘에 잠식된 것 같은 요즘이다. 아픈 사람 천지다. 다만 자신이 아픈 걸 모를 뿐이지.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2,000년도 더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결국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 모든 문제의 해결이 시작되는 것 같다. 나도 오랜 시간 나 자신을 몰라서 많이 방황했었다. 어떤 방법을 통해 나 자신을 알 수 있는지 알았다면 그 방법을 알아보려고 했을 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돌아보면 나 스스로 아프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식하는 것에서 모든 게 출발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깨닫는 순간 철학이야말로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 가볍게 읽어도 좋고 진지하게 읽어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이게 된다. 어떤 챕터는 그 분야의 철학을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키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을 이야기했다는데, 나도 삶을 살긴 살았으나 마음 깊은 곳에서 절망했었다는 걸 깨달았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는데 어떤 계기로 그걸 우연찮게 깨달았었다. 운이 참 좋았다고 해야 할지. 저자는 희망은 어떤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이야기한다. 행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부분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큰 쓸모도 없으면서 미팅으로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음료값이 책값보다 더 나간다. 간만에 부담 없이 책읽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관념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많이 엿보이는데 그 부분에 점수를 주고 싶다. 철학을 처음 접하거나 실제적인 삶의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교양서다. 그리고 챕터마다 호흡이 길지 않다. 숏폼이 넘쳐나는 시대에 그래도 이 정도 호흡은 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책으로 치면 굉장히 숏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부담이 덜한 철학교양서다. 널리 읽히고 철학에 관심이 많아지면 좋겠다. 한동안 철학책에 관심이 갈 것 같다. 왜냐하면 쓸모가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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