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마이2023
- 작성일
- 2024.9.2
글자들의 수프
- 글쓴이
- 정상원 저
사계절
길거리를 걷다가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나의 시선과 몸이 그 음식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냄새가 주는 나만의 추억으로 빠져들곤 한다. 지인들과의 수다 중에도 음식 이야기는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음식이 앞에 없음에도 마치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하하 호호 웃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음식은 우리는 향긋한 과거의 추억으로 그리고 배와 마음이 풍족해지는 행복함으로 몰고 간다.
글자들의 수프
- 글쓴이
- <정상원> 저 저
- 출판사
- 사계절
[저자에 대해(정상원)]
2018년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된 프렌치 레스토랑 세프였으며, 현재는 '맞는맛연구소' 소장으로서, 국내외 음식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소설의 문장을 맛으로 표현한 <기억의 도서관>, 화가의 작업을 셰프의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셰프의 아틀리에>, 영화 촬영 기법을 통해 맛을 전달한 <클리퍼를 든 셰프> 등 여든 번의 문화예술과 연관된 코스로 호평을 받으며 미쉐린가이드, 블루리본서베이, 저갯서베이 등에 등재되었다.
[책을 선택한 이유]
'글자들의 수프'라는 제목에서 이미 단순한 요리책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셰프라는 요리 전문가는 음식을 그리고 그 음식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단순히 요리의 레시피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궁금함에 이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책의 첫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 저자는 요리를 자신의 추억, 기억과 역사적 사실을 함께 묶어서 전달하고 있음이 놀라웠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여러 역사적 사실을 알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음식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문학 작품의 한 구절과 연결 지어 전달하고 있었다. 특히 셰프의 글이지만 마치 한 소설가가 글을 써 내려가듯 음식과 관련된 상황들의 설명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지듯 보이는 스토리가 너무나 신기했다.
[책 속으로]
1. 목차

*목차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책'이라기 보다는 여러 문학 작품의 저자와 작품이 나열되어 있는 듯 느껴진다.
음식과 연결된 역사, 문학, 사회적 배경 등의 이야기가 살짝 어려운 것도 있지만 흥미로웠다.
2. 책 속으로

단순히 요리를 글로 풀었으리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의 한, 두 페이지를 읽으며 '이 저자는 뭐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와 동시에 저자의 이력을 그리고 글을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음식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셰프. 책과 함께하는 동안, 나는 단순히 요리에 대한 설명이 아닌 요리를 매개체로 한 소설과 우리의 역사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첫 단원의 내용 속에 등장하는 제사 음식 준비 풍경과 헛제사밥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마치 잘 묘사된 소설 속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내 현기영 작가의 소설 속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식사와 죽음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또한 제주의 비극적 현대사인 4.3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까지 담아내고 있다.

두 번째 스토리, '인세 걱정(홍명희)'.
제목에서는 전혀 음식의 종류를 예상할 수 없다. 이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닌가 싶다.
시장과 경매장의 풍경을 시작으로 갈빗살과 양념갈비의 맛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불판에 모두의 고리를 올리고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우리만의 문화에서 벽초의 소설 <임꺽정> 속 희망하는 세상, 모두가 함께 같은 온도의 밥을 나누어 먹는 세상으로 연결된다.
<임꺽정>과 연관된 재미있는 사실을 이 저자를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임꺽정>이라는 소설과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국어 시간에 들었지만 이 책의 저작권자가 홍명희에서 그의 아들 그리고 손자로 이어졌고, 무엇보다도 이 셋 모두가 북한에 거주하고 있고, 2005년에서야 노력 끝에 출판사는 당시 저작권자에게 20년 동안의 사용료(15만 달러)를 전달할 수 있었고, 2006년 남쪽의 출판권자와 북쪽의 저작권자가 만나 5만 달러의 선인세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후 다시 출판사는 저작권료 지불을 고민하며 남긴 흔적(오른쪽 사진)이 놀라웠다.

서양 음식의 중요한 요소인 소스. 그 소스가 음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자 영화인 <향수> 속 향기와 소스의 향기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회사 생활 속 단짝인 믹스커피의 경우, 경북 봉화의 광산 매몰 사고 현장 속 고립된 두 광부에게 삶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준 30봉의 믹스커피를 시작으로 커피가 주는 다양한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글을 통해 음식은 단순히 입과 배를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음식과 연결된 흥미로운 역사, 인문학적, 사회적 사실들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글을 읽을수록 저자가 정말 셰프가 맞는 걸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식견을 가지고 글을 펼치고 있는 그 모습이 놀라웠다. 그리고 다양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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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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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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