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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s0413
- 작성일
- 2024.9.8
음악소설집
- 글쓴이
- 김애란 외 4명
프란츠
다섯 편의 소설 그리고 각각의 소설 속에서 재생되는 음악들. 소설이라는 장르는 같았지만 그 속에서 재생되는 음악들은 장르도 음색도 달랐다. 많은 책들에서 음악 이야기가 나오지만 ‘음악’을 전면에 걸고 나오는 소설집이라니, 나는 읽는 기쁨과 듣는 기쁨을 함께 안겨주는 《음악소설집》이 반가웠다. ‘그림소설집’ 같은 것도 나온다면...나와랏!!
이 책을 읽을 때는 한 편의 소설을 읽고, 거기에 나온 음악을 찾아 듣고(안 들은 곡도 있지만), 뒤에 실린 해당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다음 날 다른 단편으로 넘어갔다. 하루 만에 책을 다 읽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책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소설은 끝났지만 이야기들은 끝난 게 아니라 좋았다.
<수면 위로 / 김연수>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물 위를 가리키는 말 같은데 ‘위로’라는 단어는 내게 ‘위로’를 건네주는 듯 차분하게 흘러왔다. 중국집 오므라이스 이야기가 나오는데 원래 중국집에서 오므라이스를 팔던가? 영천에 진짜 오므라이스 맛집이 있나 하며 검색해 보고 소설 속에 나오는 영상이 실제로 있다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건지, 사고를 당한 건지, 어쩐 건지 이야기를 통해 알려주지 않고 읽는 이가 생각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열어놔서 좋았다.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종종 타는데 나는 그때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의 행선지를 홀로 궁금해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곤 한다. 때문에 <웨더링 / 은희경>을 읽는 내내 무척 흥미로웠다. 그곳에 나온 <행성>이라는 음악도. 기차 4인석에서 만난 인물들은 결국 브루어리를 갔을까 아니면 방향을 바꿔 도서관으로 향했을까? 인물 각자의 이야기가 서로 마주 보고 앉은 4인석 자리에서 <행성>이라는 음악으로 한 점에서 만난 뒤 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그림 같았다.
소설을 다 읽고 난 뒤 계속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에서 헌수가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해서 예전에 '러브 허츠'를 듣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장면이다. 둘이 연인이었을 때 '러브 허츠'를 함께 듣는데 이때 '나'는 'I'm Young'을 '안녕'이라고 잘못 듣는다. 헌수는 둘이 다시 만난다면 '안녕'이 잘못됐다고, '암 영'이라 고쳐주는 대신 "그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 "'안녕'이란 말이 참 예쁘고 서글프다 해줄 텐데"라며 훌쩍인 뒤 전화를 끊는다.
누군가의 틀린 것, 잘못된 것을 공감해 주지 못한 채 바로잡아 주려 했던 나의 지난날들과 현재의 날들을 떠올리며 '진짜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네'라는 말이 내 마음과 입에서도 더 자주 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조금은 다르고 틀린 방식으로 삶을 대해도 괜찮다는 것을, 틀린 방식으로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은 이야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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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