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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lar
- 작성일
- 2024.9.9
잡화감각
- 글쓴이
- 미시나 데루오키 저
푸른숲
대학 시절,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감상하며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잡화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삶과 관계의 깊이를 탐구하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성적인 필체는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만들며, 일본적인 정서를 느끼게 해주었다. 잡화점은 일본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상점으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러한 상점은 특정한 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잡다한 물품을 취급한다. 일본의 잡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기능을 한다. 이곳에서는 상인과 손님 간의 대화가 있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존재하는 것 같다. 요즈음 일본 여행을 많이 하면서, 이러한 감성적인 잡화점을 찾아다니는 여행객들이 많아진 것 같다. 잡화점은 그 자체로 정감 어린 공간이니다.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은 마치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중한 물건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잡화점은 일본적인 감성을 지닌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잡화점은 그 자체로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사회로, 이러한 특성은 잡화점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잡화점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종종 일본의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의 감각이 혼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수공예로 만든 물건이나 지역 특산품은 일본의 문화적 유산을 느끼게 해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일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인생의 다양한 고민과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주인공들이 잡화점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속에서 희망과 위로를 찾는 과정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처럼 잡화점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일본의 서정적인 정서를 더욱 부각시킨다. 잡화점은 인간관계의 중심지로도 볼 수 있다. 일상에서 소소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서로의 삶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들어 준다. 잡화점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서로의 고민과 기쁨을 나누는 소중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잡화점은 단순한 상점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장소로 기능하다. 이번에 일본의 잡화점에서 잡화에 대한 담담한 수필집이 출간되어 읽는 기회가 있었다. 미시나 데루오키의<잡화감각>이었다.

저자인 미시나 데루오키는1979년 교토 출생. 에히메에서 자랐다. 2005년 도쿄 니시오기쿠보에 잡화점 FALL을 개점,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첫 책 《잡화감각》 외에 《잡화의 끝(?貨の終わり)》(2020), 《파도치는 곳의 물건을 찾으러(波打ちぎわの物を探しに)》(2024)를 썼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밤과 가게 한구석에서/’잡’이라는 글자/반경 1미터/잡화의 은하계/조금만 달라도/영자 신문/이것은 책이 아니다/예고된 잡화의 기록/집으로 가는 길/잡화의 가을/아직 음악을 듣던 시절/오프 시즌
홋토포
2
도구고/길가의 신/천의 키치/천의 쿤데라/11월의 골짜기/속됨과 속됨이 만날 때/현악 4중주곡 제15번/새어 나오는 멋
3
한계 취락/배 밑바닥의 구조 모형/파리아적, 브라카만적/슬픈 열대어/유령들/마지막 레고들의 나라에서/낙엽

서서히 도구를 멀리하는 대중에게 어떻게 물건을 팔 것인가? 그때 자본가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패션과 같은 이미지의 차이이며, 동시에 대중들에게 나타난 것이 잡화감각이다. 이미 가위든 망치든 페인트든 제품의 성능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멋지거나 재미있거나 아름다워야 한다. 제품을 서로 비교할 때 나타나는 이미지 차이에 따라 소비자는 돈을 지불한다. 책이라면 내용이 아니라 표지나 띠지, 서체를 기준으로 소설을 고르는 감각이 소비자에게서 싹트기 시작한다.
「‘잡’이라는글자」중에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물건들과 마주한다. 그 중 일부는 우리의 일상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되지만, 그 외에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거나 재미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책의 제목이 ‘잡화감각’이다. 잡화감각이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잡화라고 인식하는 기준으로, 물건의 기능보다는 외형이나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우리가 물건을 선택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야기는 저자의 가계에 있는 잡화들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간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읽어가는 책은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어떻게 보면, 오래간만에 느끼는 힐링의 시간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레고와의 관계, 대학 시절 도쿄의 잡화점에서 느꼈던 흥분 등을 통해 잡화라는 것의 소비가 단순히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여러가지 잡화에 대한 독특한 생각을 이야기 해준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일본 문화의 아이콘들이라 할 수 있는 잡화를 통해서 저자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기준과 그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반추하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인 것 같다.

잡화화의 물결은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잡화스러운 빵, 과자, 음료, 음악, 그림, 옷, 부적, 장난감, 향수, 골동품, 장식품…… 형태가 있거나 혹은 형태가 없더라도 패키징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잡화왕국에 집단 취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은 그저 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낮에는 책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밤에는 잡화로 변하기도 하고, 서점에서는 잡화인 척하고 있었는데 집에 데려와 보니 책이 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생활을 즐기는 듯한 지점이 있다.
「이것은 책이 아니다」중에서
특히 저자가 언급한 장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한밤중 인터넷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모습, 음악가이자 도예가의 독특한 그릇, 꿈을 간직한 노인이 남긴 앨범 등은 잡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드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잡화의 세계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물건은 우리의 감정과 기억이 담긴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잡화는 개인의 기억, 정체성, 그리고 소비문화와 연결된 복합적인 개념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들이 어떻게 감정과 의미를 형성하는지를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인 샘이다. 잡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잡화는 개인의 삶의 파편을 담고 있다. 저자는 도쿄로 상경한 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미지의 누군가와 연결되려는 모습을 통해, 잡화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연결된 감정의 매개체임을 시사해 준다. 이처럼 잡화는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감정이 얽혀 있는 존재로, 각 물건이 지닌 의미는 개인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할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다양한 장면들은 잡화가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음악가이자 도예가인 구도 씨의 그릇이나, 화가의 꿈을 간직한 노인의 앨범은 각각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 물건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물건들은 소비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상기시켜 준다. 잡화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저자의 본가가 이사를 가면서 처치 곤란이 된 레고의 이야기는 물건이 단순한 소비의 결과물이 아니라, 개인의 삶과 정체성이 얽힌 존재임을 말해준다. 레고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연결된 기억의 상징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인해 잡화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대형 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며, 이러한 변화는 잡화점의 독특한 매력을 잃게 만든다.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서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잡화점이 제공하던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은 사라지고 있다. 잡화점이 사라짐으로써 그 물건이 지닌 추억이라는 기억과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잃게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일본의 잡화점은 지역의 특색이나 전통을 반영한 상품들이 많아, 소비자들은 물건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잡화점이 사라지는 현실을 아쉬워 하면서 책을 덮는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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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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