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에 쓴 리뷰들

異之我...또 다른 나
- 작성일
- 2024.9.20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 글쓴이
- 서아람 글/안병현 그림
라곰스쿨
[My Review MDCCCXX / 라곰스쿨 1번째 리뷰] 이 책을 읽다보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바로 히로시마 레이코의 환상동화책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2019년에 1권이 출간된 뒤에 24년 20권으로 '시즌 1'을 마무리한 판타지소설이기도 하다. 모르긴 몰라도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로 '판타지 소설'로는 우리 나라에서 두 번째로 공전의 히트를 친 대작이 아닐까 짐작한다. 하지만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판타지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탓이 크다. 한 번 꽂히면 '소장'을 할 정도로 좋아하는가 하면, 그 반대라면 시리즈를 다 읽지도 않고 멈춰 버리고 만다. 뭐 대부분의 '장르소설 독자들'이 비슷한 경향을 보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논술쌤이다보니 '어린이동화책'을 볼 때 두 가지 관점으로 본다. 하나는 '재미'이고, 다른 하나는 '교훈'이다. 어린이를 위해서라면 두 가지 모두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왕이면 둘 다 충족한 책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재미'가 있다면 어린이들에게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 읽을 것이기에, 반면, '교훈'이 담겼다면 어린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분명해지니 수업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라서 '필독서'로 삼는다. 그렇다면 '판타지소설'에는 재미와 교훈 가운데 무엇이 담겨 있을까? 10점 만점이라면 '재미 7, 교훈 3' 정도일 것이다. <해리 포터>를 예로 들면, 재미로 쳐도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 있겠지만, 교훈으로 삼을 것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건 바로 '순혈주의의 문제점과 위험성'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덤블도어 교수들과 힘을 모아 대결을 펼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 볼드모트'와 그 추종자들이다. 그들이 악당을 자처하는 까닭은 '마법사들의 세상'을 더럽히는 잡종들을 처리하고 '순수한 혈통의 마법사들'로만 구성된 새로운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의 마법사는 '순수한 혈통'을 따지지 않는 법이다. 그걸 자연스레 깨달은 해리 포터는 볼드모트와 맞서 싸우며 그가 꿈꾸는 세상이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하는 모험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한 교훈이 담겨 있다. 왜냐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문제 가운데 '차별'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별'하면 안 된다고 배웠고, 자신은 절대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허나 우리는 아주 쉽게 '차별'을 일삼고, 쉬이 '편을 갈라' 갈등을 조장하며,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편'이 아닌 '네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그러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사람을 차별하기 시작하는데, 차별은 차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고, 적대시하며, 심지어 그들을 죽여 없애야 속이 시원할 지경에 이르고 만다. 어떤가? 볼드모트와 꼭 닮지 않았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밑바탕에 깔아두고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었기에 <해리 포터>는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어떤가? 재미 10점, 교훈 0점으로 평가내리고 싶다. 이야기는 무지하게 재밌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그런데 읽고 난 뒤에 '남는 것'이 없다. 깊은 감동과 여운이 없다고해야 할까? 굳이 그 까닭을 밝히자면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꼽을 수 있을텐데, 그들의 '생명경시 풍조'에 대해서 솔직히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삼았는데도 '등장인물의 죽음'에 대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다룬다는 점이 그렇고, '약자들이 당하는 폭력'이 너무 과하고, '약자들의 희생'을 너무 당연시(?)하는 것이 살짝 거슬리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을 용서치 않는 '정의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서 해결하기도 하는데, 글쎄? 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의의 용사'가 필요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지 않으면 해결하지 못할 정도의 큰 문제이기 때문일까? 고작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회문제'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다르다. 재미 6, 교훈 4점을 주고 싶다. 재미적 요소는 <전천당>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된 '아이템'으로 소원이나 걱정을 바로 해결해주는 이야기형식이지만, 그 속에 '교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거울 아이스 찹쌀떡'을 먹은 아이는 어린 나이에 너무 바쁜 일과를 보내는 것에 지쳐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과 꼭 닮은 아이가 '한 명' 더 생겨서 '자기 대신'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준다면 자신은 그 시간에 공부에서 해방되어 맘 편히 놀 수 있겠다는 소원을 바란 것이다. 이상한 무인가게에서 특별한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에 그 소원은 바로 이루어진다. 그 덕분에 아이는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보낸다. 허나 노는 것도 쉬이 질리는 법, 아이는 놀만큼 놀았으니 다시 학교와 학원에 가서 '칭찬'받는 착한 아이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근데 자신과 꼭 닮은 아이가 '칭찬'은 자신이 받을 테니 너는 나가서 신나게 놀기나 하라고 한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버리고 만다. 그제서야 아이는 자신이 이룬 소원이 마냥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소원을 폐기시켜 버린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아이는 더 큰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무척 교훈적인 이야기 아닌가. 소원을 이루고 난 뒤에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소원을 폐기'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전천당>에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해 불행해진 결말로 끝맺는 경우도 자주 등장하는 것에 비하면 <무인가게>에서는 그런 끔찍한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는다.
허나 이런 감동 깊은 '교훈'도 너무 자주 남용되면 쉬이 질리는 법이다. 그래서 어린이책이 어려운 것이다. 어린 독자를 만족시키려다가 '재미'만 추구하는 것도, 어린 독자를 위해서(?) '교훈'만 추구하는 것도 그닥 좋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은 '균형잡힌'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는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다음 편인 <무인 문구점 편>이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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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