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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4.9.22
멜라닌
- 글쓴이
- 하승민 저
한겨레출판
나도 사람이지만 가끔 사람이라는 존재가 무섭다. 어떤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무시하고 괴롭히고 따돌리는 것일까? 그걸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때론 어른보다 더 잔인하다. 나도 한때는 성선설을 믿은 사람이지만, 요즘은 잘 모르겠다. 원래 악 하게 태어난 아이들을 교육을 통해 선하게 하는 건 아닌지. 양심이라든가 배려라든가. 더불어 사는 것을 교육을 통해 지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재일은 파란 피부의 아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냉대와 이웃의 멸시. 학교에서는 아바타, 스머프, 도라에몽, 똥남아 튀기로 불린다. 그나마 재일이 견딜 수 있는 건 강직한 성격의 어머니 덕분.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던 날 윗집 부부가 재일을 보고 쑥덕거릴 때 어머니는 고함을 지르며 싸우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생과 베트남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자 재일은 상심한다. 외롭고 험난한 미국 생활. 그나마 재일에게 버틸 수 있게 힘을 주는 사람들. 매사 불평불만인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 강우 삼촌과 고등학교에서 만난 클로이, 셀마. 강우 삼촌은 재일에게 ‘제이’라는 영어 이름을 지어주고 미국 생활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한다. 클로이는 백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파란 피부의 아이. 셀마는 ‘칭챙총’이라는 인종차별 발언하는 교사에게 직언한다. 셋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그렇듯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재일에게 평온한 시간은 오래 지속 되지 않는다. 미네소타로 이사간 클로이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이로 인해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다. 클로이가 당한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재일. 심지어 강우 삼촌도 불의의 사건을 겪게 되는데...
이 피부색은 나를 계급의 가장 낮은 단계로 내려보낸다. 다수에 속해 있음이 정상성을 정의하는 세상에서 내 피부는 확연한 비정상이었다. 장애를 가진 것과 다름없었다. (24)
네 파란색 자체는 아무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지. 하지만 삐뚤어진 너는 위협이 돼. 네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너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모두에게 위협이 될 거야. (112)
사람들은 선한 얼굴로 살을 벤다. (195)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나는 인종에 대한 차별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만약 내가 다른 나라에서 자랐다면 달랐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왜 나와 다른 사람에게 혐오를 느끼고 차별을 하게 되는 것일까? 다르다는 의미가 틀리다는 의미는 아닐 텐데 우리 안의 어떤 감정이 싫다는 감정을 내보이는 것일까? 어릴 때는 나와 다른 사람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호기심 어린 눈빛이 그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 조차 몰랐으니까.
평등한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평등한 세상이긴 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 다양한 계급이 존재하는 세상. 그게 돈이 될 수 있기도 하고, 권력이 될 수도 있고, 외모가 될 수도 있는 세상. 피부색에 의해 가장 낮은 단계의 계급에 속한 아이.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오로지 한국 사람으로 자랄 수 없고, 피부색에 의해 더 낮은 계급으로 전락해 누구보다 외로운 아이. 한국보다는 나은 삶을 생각하고 이민을 가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도 피부색이 남다른 재일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더 외롭고 힘들어진 재일이지만, 또 그렇게 성장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정답은 없다. 재일은 여전히 외로울 수 있고, 계속해서 편견과 싸워야할 지 모른다. 다름에 대해, 편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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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