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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rii
- 작성일
- 2024.10.15
나는 오늘도 손절을 생각한다
- 글쓴이
- 김형준 외 12명
메디치미디어

이 책은 이럴 때 혹은 이런 사람은 손절할 것인가 말 것인가 기준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관계"에 관련된 책을 읽고 모인 참가자 13인의 대화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의 선택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3인의 참가자는 어떤 면에서는 나와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는 아주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라던가 여러 상황 속에서의 선택 또한 그러하다.
나는 친구 M을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 머리카락 한올만큼도 없는 그를. 아! 딱 하나 있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 그 공통점이 아니었으면 그를 만날 일도, 손절할 일도 없었겠지. 그는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징징거림, 무한이기주의, 뒤통수치기 등등 선해 보이는 얼굴로 고집스레 그 일들을 다 해냈고, 나는 몇 년 동안 참다가 결국 손절을 했다. 돌아보면 그냥 '너는 그런 사람이구나'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당시 내겐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내가 안전하다고 느껴야 시선을 밖으로 향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안정감을 느끼고 관계적 욕구가 충족이 돼야 내 주의를 밖으로 향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내 문제에만 몰입해 있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집중할 수 없거든요. p.171]
또다른 친구 J를 생각해본다. 그는 종종 다른 이의 말을 혼자 오해해서 말을 옮긴다던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한 지적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 매우 격렬하게 반응을 하곤 했다.
[제 피드백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서 그 대응도 또 개인적으로 해요. 그럴 땐 너무 힘들어요. 이런 것들은 따로 또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그런 게 아니라 이런 거였다, 이런 걸 위해서 필요한 거다 하고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게 보충설명을 해주다 보면 필요 없는 에너지 소모가 계속 쌓여요.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은 또 한 번 얘기한다고 변화되지도 않거든요. 계속 반복적으로 해야 되는데 그게 계속 쌓이다 보면 같이 일하기 싫어지는 거예요. P.144]
그리고 N. 그는 최고의 친구이자 최악의 친구였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 같으면 입 안의 혀처럼,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람처럼, 가끔은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생각하는 듯 행동했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즉시 얼마나 잔인하게 버리는지 그 동안 내가 받았던 모든 것들을 잊고 싶게 만들었다. 다른 이들은 지금 돌아보면 '그럴 수도 있지', '화를 내면 뭐해' 정도의 마음으로 볼 수 있지만, N만큼은 그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와 함께 하던 시간을 뚝 잘라내버리고 나니 잠시 외롭기도 했지만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그렇게 나를 돌아보니, 나는 의외로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고, 내 바운더리는 유연한 편이었고, 공감과 협력도 적당히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손절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건 아마도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먼저 알고 결정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그리고 위에 나열한 것처럼 '내가 절대 참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느슨한 관계로 놓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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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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