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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 작성일
- 2024.11.22
킬러 문항 킬러 킬러
- 글쓴이
- 김현 외 13명
한겨레출판




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매년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언론에서는 각종 입시전문가나
교육가들의 입을 빌려
시험의 난이도를 이야기하고
입시전략에 대해 열띤 보도를 이어간다.
인생의 첫 단추이자,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인
대학입시를 시험 한 방에 결정짓다니
너무 도박 같은 느낌 아닌가 싶을 만큼
'수능시험'이 주는 압박감과 부담감은
대한민국에서 입시교육을 거친 누구에게나
이미 겪어본 경험일 것이다.
그렇기에 시험이 끝나고 나면
고사장을 나오면서부터 눈물을 쏟는 아이들,
혹은 예상보다 어려운 난이도로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마음 아픈 사연이
수없이 많은 교육과정의 변화에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뉴스로 오르내린다.
수능을 본 지도 꽤 오래전 일,
이제 나와는 관련 없는 먼 나라 이야기
즈음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에서,
모두의 인생에서 수능과 대학은
여전히 그 영향력이 꼬리표나 낙인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어떤 대학을 나오느냐에 따라
취업시장에서의 난이도가 달라지고,
학연이라는 결속은 사회인이 되어서도
우리를 계속 괴롭히며 압박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수능시험에서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현행 입시제도를 뒤엎는 결정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이 발표에 집중했고,
사교육의 대표이자
일명 일타 강사라는 이름으로
일 년에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유명 스타강사들은 검찰 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이 책은 이런 우리나라 공교육의 어두운 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승자 독식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한
한국의 교육 현실을 바라보는
소설가들의 시선을 담아낸 책으로,
입시경쟁과 학교폭력, 사교육 열풍과
청소년 인권 같은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첨예하게 분석해 내고 날카롭게 꼬집은
'르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소설이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둔
'허구의 이야기'이거늘,
14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각 단편들은
우리의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법한 이야기이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만큼
너무도 적나라했고 현실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들은 이야기한다.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학생 본인에게,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에게
혹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우리의 사회가,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강요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보아왔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 구조의 부조리함과
오늘날의 씁쓸한 교육을 이야기한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능력으로 개발하도록 도와주고,
그런 가르침 아래 자라난 아이들이
배움을 업으로 삼아
즐겁고 행복하게 인생을 이어가는 것,
그러한 개인의 발전이 쌓이고 쌓여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발전된 사회를 만드는
행복한 핑크빛 세상이 아니라
잘 될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어도
부모가 밑받침을 제대로 해 주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세상,
부모의 능력과 재산이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상,
무엇이라 콕 집어 명명할 수는 없지만
잔뜩 뒤엉킨 '잘못된 세상' 안에서
우리는 이를 바로잡을 생각 없이
그 세상과 사회에 순응하며
그런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해
각자의 인간성을 억압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부조리함을 강요하고 있다.
전혀 희망적이지 않은 잿빛 세상인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결국 우리는
모두가 피해자로 남는다.
누구도 마음 깊이 행복할 수 없기에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내어
오늘날의 교육 실태를
촘촘히 톺아보는 작가들의 시선은
우리가 해결해야만 하고,
반성해야만 하는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을 읽는 내내,
한창 고교학점제로 예민해져 있는
중학교 3학년생 조카와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니 부부의 모습이
책 속의 아이들, 부모와 겹쳐 보였다.
분명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하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지만,
자식을 위해 불법으로 금지된
집중력 강화제를 처방받아 복용을 권유하고,
작곡자를 꿈꾸는 자식에게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를 권하거나
자퇴를 말하는 부모의 행위도,
비뚤어져 보이지만
지금의 사회의 분위기상
어떤 면에서는 분명 '사랑'이기에
마냥 비난할 수도 없었다.
'요즘 교육이 아이들을 망친다'라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입시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한 달에 수백만 원의 돈을 쏟아내는 부모는
전국 어디에나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언니, 그리고 아직은 미혼이지만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연 지금의 입시제도가 문제인지,
주입식 교육과 시험 만능주의가 원인인지,
학벌을 따지는 문화 때문인지,
부모들의 욕망 때문인지,
정권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교육정책이나
이를 악용해 돈을 벌려는 사교육 탓은 아닌지,
우리나라 어두운 교육 현실이 원인을
손으로 꼽아보면 수없이 많은 문제가 나온다.
책을 읽으며 갑갑해진 마음이지만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정답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논점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하나하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이 질문들에 답을 찾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는 세상에서는
지금과 다른 교육의 미래가
펼쳐져야 한다는 굳은 의지와
그 필요성만큼은 명확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찾아내야 할 교육의 방향,
미래에 대한 문제 인식은 물론
이를 바로 마주하며 잘못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희가 본 것을 같이 봐주시고,
함께 괴로워해주십시오."라는
작가들의 당부처럼
올바른 어른이자 부모가 되기 위해
외면하지 말아야 할 문제에 당면했다.
언니에게도,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도,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도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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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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