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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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행복론
글쓴이
리처드 이스털린 저
윌북(willbook)
평균
별점9.3 (44)
드미트리
돈 번다고 더 행복하지 않다는데 왜 사람들이 이토록 돈, 돈, 돈에 집착할까.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의 저작 『지적 행복론』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경제학자로서, 행복을 경제학의 대상으로 끌어온 학자이다. 굉장한 경제학자인데, 한국에는 번역된 게 『지적 행복론』이 전부이고... 그나마 이 책도 재정가로 할인하는 거 보면, 재쇄 소진 후 절판 수순일 듯. 관심 있는 독자는 구할 수 있을 때 냉큼 구매하도록 하자. 여하튼, 이 책은 그가 진행한 행복 경제학 강의 몇 편을 추렸는데 강의다 보니 매우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단순히 부자는 불행하고 빈자는 행복하다는 식의 논의는 아니다. 그보다는 위 내용처럼 횡단면 데이터로는 소득이 많아야 행복하다인데, 시계열 데이터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 '이스털린의 역설'은 주로 후자인 시계열 데이터 측면과 관련 있다. 무슨 말이냐고? 내가 이스털린의 연구에 관해서는 거의 몰라서 함부로 얘기하긴 다소 망설여지는데, 『지적 행복론』에서 다루는 대상은 주로 국가 단위다. 횡단면 데이터, 그러니까 특정 시점에서 행복도를 조사하면 부국이 빈국보다 더 행복하다. 유럽, 북미가 아프리카보다 행복하다. 그런데 시계열 데이터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책에서는 중국과 인도 예를 드는데,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는 나라에서 오히려 행복감은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 멀리 바라볼 것도 없다. 대한민국. 고도성장을 거치며 행복해졌나? 그럴 리가. 행복한 사회라면 이렇게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을 리 없지. 자살율도 낮을 테고. 이스털린이 시계열로 봤을 때 소득 증가와 행복감이 상관 없는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든다. 강의 중 이스털린 교수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첫 직장을 구한다. 어느 곳을 선호할까?

A. 연봉10만 달러

B. 연봉 5만 달러.

당연히 A를 택하겠지. 

그렇다면 이 경우에는?

A. 연봉 10만 달러. 그런데 동기들은 20만 달러 번다

B. 연봉 5만 달러. 동기들은 2만 5천 달러 번다


당연히 A를 택할까? 이러한 현상이 바로 소득이 증가하는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인플레이션도 고려해야겠지만, 이 책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석은 없고 시계열에서 부와 행복 간 상관 관계가 없는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꼽는다. 덧붙여, 더 가질수록 더 많이 원하는 인간 심리도 꼬집는다.


그 다음으로 이스털린은 건강, 배우자로 눈을 옮긴다. 우선 건강, 당연히 건강할수록 행복하다. 말해서 뭣하리. 

배우자 있는 게 좋다. 결혼이든 동거든 형태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바, 배우자가 있는 게 좋다. 자녀도 마찬가지고. 여기서 또 하나, 대한민국이 그리고 세계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나온다.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에서 지적하듯 인간은 점점 더 홀로 있는 걸 택하거든. 사람과 어울릴 바에 OTT 보고, 게임한다.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이 행복감을 저해하는데도 말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좋냐 권위주의가 좋냐에 대한 논의도 등장한다. 이스털린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가장 선호하는 듯하다. 자유민주주의는 오히려 점수를 낮게 주는 편. 중국의 고도성장이 GDP를 추구하며 행복을 잃었다고 평가하는 대목에서 보면, 지속가능하기만 했다면 오히려 사회주의 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보다 더 높게 쳤을지도. 물론 현실 사회주의 국가 대부분이 실패해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서 자체가 의미가 없지만. 그나마 대안으로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로 가는 건, 아무래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일컬어지는 사회들이 경쟁을 극도로 부추기고 사회적 안전망에 그다지 관심 없는 신자유주의로 흘러 버렸으니까. 


11강에서는 민주주의, 종교, 환경 등 거대한 대의가 행복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라고 지적한다. 『도덕경』에 그런 구절이 나왔던 것 같은데, 최상의 국가는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국가라고. 일반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없는 사회라면 그게 어떤 형태의 정부든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애별 행복 주기, 북유럽의 높은 자살율과 행복 간 관계 등등에 대한 지적도 흥미로웠다. 북유럽이 자살율 높은 건 통계를 잘못 해석해서이고, 자살율 높은 사회를 보면 술 때문이다! 역시 술은 백해무익이로세.


네 번째 강의 부분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비교하는 대목인데, 연구자라면 좀 더 관심 깊게 볼 대목이지만 나같은 일반 독자들은 그냥 아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고 넘기면 될 듯. 15강에서 인류는 산업혁명에 이어 인구혁명까진 왔고, 앞으로는 행복혁명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맞는 말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데 왜 행복하지 않니... 출퇴근길 직장인들의 눈빛은 왜 이렇게 슬픈 거니... 


돈 별로 안 벌어도 된다. 어차피 돈 더 번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건강하고, 배우자와 사이 좋게 지내고, 그렇게 살자.


아, 이 책에서 의외의 내용은, 10강인데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까'이다. 로또 당첨되고 불행해진 이야기가 간혹 뉴스로 보도되는데, 로또 당첨되면 당연히 행복하단다. 단, 큰 금액일 경우. 그렇지, 로또 1등 당첨됐는데 불행할 리가 있나. 나중에 그 돈 관리 못하는 건 다른 문제고. 복권 당첨되고 싶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인상적인 TOP 5안에 무조건 들어갈 책. 행복해지고 싶은 나같은 소시민이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정책 입안자나 정치인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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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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