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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h0606
- 작성일
- 2024.12.13
깻잎 투쟁기
- 글쓴이
- 우춘희 저
교양인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식재료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다. 내 아이는 소중하니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 유기농 채소를 부지런히 찾아 먹였다. 나의 가족과 지구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이 귀한 채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가족의 밥상 위로 올라오게 되었는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힘든 일, 특히 육체노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기피하는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워온 지 오래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 없이는 농사을 지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들이 우리나라 농업에 기여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시험까지 통과해서 온 사람들. 우리와 그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는 마치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고용주들은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법을 피하거나 또는 당당히 어겨가면서 그들을 철저히 이용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현대판 노예'라고 부를 정도였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막 대해도 된다는 그런 못된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건지... '새끼'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 대한 법 자체가 그들의 장기 체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 또한 그들을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온 사람들'로 규정하는 듯 했다. 장기 체류가 불가능하도록 일정 기간 후에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무화 했고, 한국에서 가족을 꾸리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결국 그들을 우리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법이 아니었고, 그 속에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사업장을 바꾸고자 해도 사업주의 동의가 필수이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관련된 모든 증명들은 노동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노동과 인권 관련 국제법들은 한국의 현실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들을 옥죄던 법 밖으로 도망쳐 '불법' 이민자가 되어야만 그나마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현실. 무언가 잘못되도 대단히 잘못된 느낌이다.
농업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 전반을 지탱해주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그들의 인간다운 삶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매우 속상하고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알게되어 다행이다. 앞으로도 내가 모르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알아야 바꿀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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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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