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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 작성일
- 2024.12.25
우린 새롭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글쓴이
- 김녹두 저
한겨레출판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속된 말로 '나이가 깡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생기 넘치고 물오른 젊음 앞에
그 어떤 美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이를 든다는 것은
어쩌면 '익어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음에도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혹은 엑스트라로
물러나는 듯한 느낌을 받아
'나이 먹는 것'을 인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누군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건넸을 때,
어렸을 때는 스스럼없이 이야기했었다.
좀 더 성숙해 보이고 싶어서,
혹은 어리면 얕잡아볼까 싶어서
때로는 말끝을 흐리기도 했지만
대체로 나이를 말하는 데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30대가 되면서
슬슬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말끝을 흐리게 되었다.
너무 나이가 많으면 감이 뒤처지거나
상대방이 먼저 불편하게 느낄까 봐,
아직은 '주인공'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이를 말하지 않고 되레
'제가 몇 살로 보이나요?'라는 질문으로
답을 외면하기도 했고 말이다.
나이가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님에도
'젊다'는 것이 권력처럼 느껴지는 요즘,
틀딱이나 꼰대처럼 나이 많은 것이
더 이상 미덕으로 보이지 않는 시대에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완연한 성인이 되었고,
이제야 겨우 내 앞가림을 하면서
'조금' 세상을 알 것 같은데
벌써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고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인생은 100세 시대를 향해 가는데,
그 절반밖에 되지 않은 50대가 되면
벌써 '인생이 다 끝났다'라 말하기도 하고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배제되어
여전히 '현역'이고 싶은 마음에도
슬 은퇴를 해야만 하는 부모님 세대를 보며
이제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5-60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에 새롭게 나이 드는 방법,
5-60대의 마음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예전에만 해도 만으로 60세,
환갑을 맞이해도 '오래 살았다'는 의미로
축하를 건네기도 할 정도로
인간의 수명은 단 시간 동안에
엄청나게 늘어났다.
하지만 보편적인 직장의 정년은 65세,
평균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요즘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도 2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너무 일찍
'성장의 출입문'을 닫고
죽음만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수능 보는 백발의 수험생이나
은퇴를 한 이후 새로운 꿈을 찾아
공부를 하고 직업을 바꾸는 중, 노년의
삶이 뉴스를 통해 소개되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5-60대는 치열하게
경제활동과 육아로 불사르던
인생의 시간을 지나
그저 남은 시간은 '쇠퇴'의 시간으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인 시선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막상 '지금 와서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
하고 성장이나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5-60대 스스로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책을 쓴 김녹두 작가는,
30년 정신과 전문의로 진료실에서 만난
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들과
그들이 겪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
그리고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고민 등을
치료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 시대 중·노년이 가져야 할
'마음성장'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책을 따라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생각들,
그리고 가정과 사회에서 부딪칠 수 있는
부모-자녀, 부부, 주변인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면서 인생의 후반기,
쇠퇴만이 남은 것이라 생각되는
이 시기에도 얼마든지 변화하고
성장해서 '더 좋은 죽음'으로
이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5-60대에게는 자녀의 독립,
혹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자연스레 떠맡게 되는 황혼육아나
배우자의 질병으로 인한 간병,
혹은 늙어가는 신체나
죽음으로 인해 반려인을 떠나보낸 후
적적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당연한 인생사'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나이 듦을
바라볼 것인가 시선을 확장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로잡을 때,
그리고 지혜와 감정을 성장시켜
인생의 마지막 성장인 '죽음'을 대하는
시선의 변화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아직 내가 다다르기에 먼 미래이지만,
이제 60대 중반이 되어
나라에서 인정하는 '노령인구'에
들어가는 부모님을 위해
이 시기에 접어든 부모님의 마음이나
고민, 그들의 삶에 얹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먼 미래의 나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초라하고 고독하며,
젊은 날의 노동과 육아로 고달픔이 남은
쓸쓸한 노년의 삶이라고만 생각해
'나이 듦'이 두렵다고 여기며 외면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과
또 중, 노년층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은 환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젊을 때에는 인생의 시간이 참 빨라
잠시 멈춰 지금을 곱씹기 어렵다.
즐겁고 좋은 순간이 많기도 하고,
아직 치열한 현실 속에서
내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그리고 나이 들어 늙어가고 있음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갑작스레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할 때
준비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는
힘들고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렇게 미리 '마음성장'의 방법,
나이 듦의 의미와 새로운 성장점을 찾아
새롭게 나이 드는 길로 나아가야겠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꼭 한번 읽어보시고 나서,
아직 늦지 않은 '성장'을 스스로 찾으실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갱년기를 맞이하거나,
정년퇴임, 은퇴로 힘들어하는 부모님께
연말을 맞아 선물하면 좋을 책일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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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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