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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양장 에디션)
글쓴이
패트릭 브링리 저
웅진지식하우스
평균
별점8.9 (545)
싱긋




아름다운 것이 이토록 많은 세상에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기나긴 제목만 숱하게 들어 항상 궁금했던 책이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독서모임 지원단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받고 참 기뻤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을 수 있도록 5권의 책을 전부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셨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나고 설렜다.




성탄절과 연말에 어울리는 붉은빛의 "20만 부 양장 에디션"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만났다. 기대가 컸지만 실망은 없었다. 유서 깊은 매거진 "뉴요커" 출신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미술관의 작품들과 참 잘 어울렸다. 미술 감상을 위한 작품 해설이나 묘사가 아닌 저자의 삶을 관통해 예술과 어우러진 통찰과 사유가 잔잔한 윤슬처럼 빛나는 책이었다. 



전도유망한 뉴욕의 마천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승승장구하던 저자의 친형이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형과 각별한 우애를 나누던 저자는 도저히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
오랫동안 나는 뉴욕의 훌륭한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봐왔다. 보이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이 아니라 구석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서 있는 경비원들 말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해결책이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 것일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 75면




그렇게 그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고 10년을 일하게 된다. 그 10년의 회고록이자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의 기록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이다. 세계 3대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속에서 저자는 완벽한 고요가 건네는 위로를 받았다. 600명의 경비원 동료들과 연 70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작은 인사를 주고받고 교류하는 시간들은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을 조금씩 채웠다. 그리고 저자는 애도의 끝을 애도해야 하는 날들을 맞는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으며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예술"에 대해 둘러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미술관을 드나들며 나름의 감상과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성인이 되어서도 예술을 삶에 들여 함께 녹여낼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고 원하는 것들 중 하나가 예술이 되었고, 미술관은 그의 우주의 구멍이자 영혼의 안식처인 환상적인 공간이 될 수 있었다. 




누구나 저자처럼 미술관에서 위안과 교감을 얻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저자와 같이 살아갈 힘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할까? 영혼이 쉴 수 있는 피난처는 어디일까? 독서모임에서 발제로 멤버들에게 질문을 드렸다.



바다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는 분도 계셨고, 특정 장소는 없지만 좋은 사람들과 수다 떨기, 잠자기, 기도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이겨낸다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나라면 역시나 도서관이다. 우울증으로 힘들었을 때 도서관을 시작으로 세상에 다시 나갈 수 있었듯, 내가 쉴 수 있는 편안한 도서관으로 숨어들었을 것 같다. 회복하고 충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다채로운 장소와 방법을 모아두는 것은 자신을 위해 참으로 중요한 노력인 것 같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통해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에 대해서도 크게 배웠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우리에게 말한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이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보십시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찮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 
가능하면 미술관이 조용한 아침에 오세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눈을 크게 뜨고 끈기를 가지고 전체적인 존재감과 완전함뿐 아니라 상세한 디테일을 발견할 만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세요. 감각되는 것들을 묘사할 말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어쩌면 그 침묵과 정적 속에서 범상치 않은 것 혹은 예상치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328면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 작품 앞에 조용히 서보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 중요했다. 예술이란 창작자의 온 영혼을 담은 것이니 보는 이의 마음이 편안해야 마음을 울리는 저마다의 작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어머니는 어릴 때 각자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씩을 고르기 전에는 전시실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다른 이유는 제쳐두고 은밀히 곁에 두고 싶은 작품 딱 하나만 훔친다면 무엇을 몰래 가져갈지 생각하는, 평화롭지만 치열한 목적 하나를 두고 미술관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작품을 살핀 다음 무엇인가를 품고 바깥세상으로 나가십시오. 그렇게 품고 나간 것들은 기존의 생각에 쉽게 들어맞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당신을 조금 변화시킬 것입니다."
- 329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덕분에 반성도 했다. 그동안 나는 예술을 통해 배우기보다 예술을 배우려고 했다. 작품명과 화가 이름을 짝짓고 화풍을 분석하는 지식을 더하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 학습적인 노력도 물론 의미 있겠지만 이제는 시선을 바꾸고 싶다. 작품이 무슨 말을 내게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느낌을 받는지, 그림을 가운데 두고 마주한 작품 너머의 오래전 사람에게 눈을 맞추고 싶다. 공부가 아니라 느끼고 싶다. 



저자도 그런 자세로 미술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죽음과 상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는 삶과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길어올릴 수 있었으리라. 미술관은 그런 것들을 배우고 나눌 수 있는 훌륭한 통로였다. 그 비밀을 안다면 굳이 미술관이 아니라도 일상의 많은 순간에서 예술을 발견하고 감탄하며, 세상의 경이로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천 년부터 전해진 유물과 작품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느낀 생각을 지금 우리도 공유할 수 있다. 그들의 삶에 일어난 일들이 그것들에 녹아있고 쌓였다. 인류는 그 위에서 지금 이곳에 이르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에 거둔 질문과 의미들은 그저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예술과 문화와 정보에 스며들어 남는다. 매일 남기는 sns와 사진과 글과 모든 흔적이 세상에 영향을 주고 돌고 돌아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중에 하나의 통로인 예술을 더 가까이 우리 곁에 둔다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과 나를 더 세미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 기대와 희망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전하는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스마트폰을 꺼둔 채 잔잔한 침묵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 예술과 더 친해지고픈 아름다운 씨앗을 심어주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추천합니다.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는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경비원입니다 #패트릭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 #20만부기념 #예술 #미술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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