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만나본 <십대를 위한 영화 속 인권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속에서 인권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권이 먼 과거의 투쟁이나 특정 계층의 문제에 국한 된 것이 아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삶 속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레미제라블>, <노예 12년>, <서프러제트> 같은 외국 영화에서부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다음 소희>, <경아의 딸> 같은 한국 영화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다양한 작품들을 인권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히 스토리의 감동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저자는 인권의 발달을 크게 3세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시민혁명이 주축이었던 1세대 인권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2세대 인권은 산업혁명 이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한 노동자들이 요구한 노동권과 교육권 같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3세대 인권은 현재 진행형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와 환경, 재난으로부터 구제받을 권리를 말하죠.
그리고 이러한 인권의 발달사는 Part1에서 소개된 <레미제라블>, <노예12>, <서프러제트>, <1987>를 통해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위 영화 중에서 노예 제도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현실이 생생히 묘사되었던 <노예 12>는 주인공이 자유를 찾을 때까지 겪었던 억압과 고통이 보는 내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어요.
또한 <1987>을 통해 현재의 민주주의가 어떤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는데요, 이 영화와 함께 <서울의 봄>은 2024년을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 청소년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중요성을 배우는데 꼭 필수로 봐야 하는 영화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Part2에서는 인권을 위해 앞장섰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소개되었는데요, 이들 영화는 인권을 위해 싸운 개인들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죠.
<세상을 바꾼 변호인> 속 소수자를 억압하는 세상에 맞선 루스의 용기, <셀마>의 흑인 인권운동의 신화 마틴 루터 킹을 중심으로 흑인들의 참정권 요구를 위한 비폭력 운동과 연대,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알렸던 <태일이>, <김복동>의 침묵하지 않고 몸소 보여준 끈질긴 외침 등을 보면서 "인권을 위해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어요.
Part3에서는 우리 일상 속 다양한 인권 영역과 감수성을, Part4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인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저는 청소년 자녀가 있다 보니 <다음 소희>나 <소셜포비아> 영화가 눈에 더 들어왔어요. 이들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먹먹하고 영화 속 아이가 혹 내 아이 또래의 이야기여서 더 이입해서 봤던 것 같은데요.
특히 청소년의 노동권과 인권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다음 소희>는 청소년들이 미래의 희망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권리를 지닌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가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성찰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인권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향한 우리의 책임을 일깨우고,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행동에까지 이르게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성인들 특히 부모님들도 함께 보시면 좋은 책 <십 대를 위한 영화 속 인권 이야기>, 이번 연말 자녀와 함께 이 책에 실린 영화를 보며 그 안에 담긴 인권의 의미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