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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 작성일
- 2025.1.11
대통령의 독서
- 글쓴이
- 신동호 저
한겨레출판
※ 본 포스팅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국경일이나 나라에 큰 행사가 열릴 때면
뉴스특보를 통해 생중계되는
대통령 담화문, 연설, 기고문 등을 접하곤 한다.
국경일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순국선열을 기리는 마음,
착잡한 사건이나 경사스러운 행사 앞에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말들은
단순히 한 사람의 입장이나 이야기라기 보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나라의 입장'이 되기에
연설문에 언급되는 말들은 기사화되며
연일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지곤 했다.
이렇게 짧게는 1-2분여,
길게는 몇 분씩이나 이어지는
대통령의 연설문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뒤에서는 연설비서관이라는 일을 하는
특별한 사람이 존재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결과에 대한 책임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하며,
듣는 이들을 존중해 절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균형 잡힌 언어는
균형 잡힌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고도의 정치 행위가 되는 것이다.'
추천의 말처럼 대통령의 언어는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에 따라
책임이나 균형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참 조심스럽고, 그렇기에 신중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5년여의 시간 동안
3,000건이 넘는 각종 글을 작성하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소통한
신동호 시인의 《대통령의 독서》를 통해
대통령의 연설문 안에 담긴 독서의 힘,
그리고 어떤 책이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에 스며들어
얼마나 품격 있는 언어를 만들어 냈는지,
대통령이 책에서 무엇을 읽고 배우며
그것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겼는지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비단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셀러브리티나 연예인들이 읽은 책,
그들의 독서 리스트가 공개되면
일순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그들이 자신의 인생과 業의 모토,
혹은 책 속 인물의 삶을 바라보며
이를 롤 모델로 삼거나 교훈을 얻었다 말한다.
이들이 읽어 내려간 책을 펼쳐봄으로써
우리는 타인이지만, 그들이 느낀 감정을
함께 느끼며 공감하게 된다.
한 사람이 읽는 책,
어떤 사람이 아끼고 손꼽는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일부분, 어떤 한 부분을
이해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각각의 입장이나 사정을 이해하며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만나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듣기에는 어려울 터,
그래서 대통령은 독서를 선택했다.
각기 다른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책.
책 속에 담겨있는 이 나라 혹은 세계의 역사와
개인들의 분투에 대한 이해는 물론
타인과 공존하는 사회를 그리는 마음으로
정의와 민주주의, 경제와 과학,
외교와 통상, 역사와 인물에 대한
다양한 책을 접함으로써
대중 속 여러 사람의 조화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고
그러한 귀 기울임은 국정철학이 되어
정책과 리더십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대통령들이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 속 문장들을 들여다보며
'대통령의 시선'으로 다시금
한 권의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에 모든 사람의 입장이 100% 들어있거나
책 안에만 깨달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습관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겸손하게 하고,
자기 생각을 의심하게 하며,
심지어 다른 책으로 시선과 관점을 옮겨가며
함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니
그 행위 자체가 하나의 소통이 되는 게 아닐까.
다양한 관점이 담긴 책,
정책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독서가
우리의 현실을 얼마나 다채로운 변화로
이끌었는지 책 속 문장과 연설문을
겹쳐 읽어 내려가며 그 안에 담긴
누군가의 고심 어린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고민,
그리고 5,000만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애쓴
대통령의 노력을 엿볼 수 있어 신선했다.
책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대통령의 언어와 연설문의 근본 그 아래에
소통과 이해를 위한 독서가 전제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대통령의 독서,
그리고 이를 통해 깨닫고 행동으로 펼쳐나가
어떠한 결과를 이룩해내기 위한
적극성을 마주하면서
직접 그를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그가 접한 책들을 통해 한 사람을 제대로,
조금 더 가까이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든다.
'기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만나서 대화하고,
거기서 자신 스스로도 열어봐야 한다.
과거의 사람이라면 결국 책으로 만나
대화해야 할 것이다.
책이 모든 걸 알려 줄 수는 없더라도
역지사지의 태도에 익숙하게 하고
우리를 합의점으로 데려다주기는 할 것이다'
그저 책 한 권이 한 사람을 넘어
이것이 타인과의 소통,
정책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읽는 책이, 혹은 누군가가 쓴 책이
하나의 '대화'가 되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역대 대통령의 연설문, 담화문, 기고문 속
그들의 생각의 씨앗이 된 책들을 통해
지도자의 가치관, 세계관, 역사관의 토대
그리고 경로를 되짚으며 긴 여행을
또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한 기분이었다.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을 기다리며〉로
마무리되는 이 책을 덮으며
다가올 새로운 지도자,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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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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