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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ah77
- 작성일
- 2025.1.17
로아
- 글쓴이
- 최정나 저
작가정신
몇일 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으며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빌 펄롱에 젖어 읽는 바람에 에너지가 고갈이 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도 읽으면서 몇번을 책을 놓았다가 들었다가를 반복했는 지 모르겠다.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가정폭력이야기라 읽는 내내 힘들었다.
로아, 최정나, 작가정신, 소설추천, 신간도서,
젊은 작가상 수상
작가 최정나
201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는 《말 좀 끊지 말아줄래?》,《 윌》이 있고 제9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기억의 조각들
책 맨 앞쪽에 일러두기가 있다. "본문 중에 다소 폭력적이고 잔인한 표현이 있을 수 있어 이와 관련된 정신적 외상이 있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가 있다. 아쉽게도 다 읽고 이 글귀를 봤다.
어릴 적 나에게는 외가쪽으로 사촌 동생이 한명 있었다. 나랑은 거의 한살 차이라 한때는 친구처럼 지냈다. 할머니는 혹시나 한살차이라 위계질서를 정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언니 대접하라는 이야기를 하신 듯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할머니집에서 지낸 적도 있었고 새엄마가 들어오고는 집안에 불화가 잦았다.
내가 어릴 적이라 앞뒤 사정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전형적인 콩쥐엄마였다. 사촌동생이 사는 동네가 들썩거렸으니.. 세상의 모든 새엄마들이 그렇지는 않았을 터인데.. 동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경찰이 집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사촌동생의 아버지는 원양어선을 타는 분이라 적어도 1년이상은 집을 비울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옆에 있었던 사람들은 알고도 가해자들 옆에서 묵인하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당시 밥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든 때였지만 어린아이에 대한 폭력은 1조차도 허용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하지만 동생이 할머니집에 오면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니가 매를 부르는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나였음에도 저런 끔찍한 생각을 했었다니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소식이 끊겨 버렸지만 어디에서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줄거리
그녀에게는 또 다른 딸이 있다. 상은은 로아를 쳐다보다가 만져보다가 밀어보다가 나중에는 집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을 들고 때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몸에 든 멍이 보라색으로 노랗게 푸르게 다시 빨갛게 변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책속에서
p 11 문득, 상처받은 사람이 이토록 많은데 상처를 준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가해자가 수두룩한데 주위를 보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수두룩했다.
p 15 칠 년 만에 다시 만남 로아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p 17 처음에는 볼을 건드려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p 29 무엇보다 내개 보이는 로아는 쾌락 그 자체였다.
p 35 때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고 더 용의주도해져야 할 필요를 알았다.
p 95 세상이 한 쪽으로 기운 느낌이 들었어. 모두 다 한 방향으로 기울어 있으니까 그게 균형인 것도 같아서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더라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처음에는 건드려보고 흔들리고 말캉거리니 때리기 시작한다. 사실 언니도 로아에게는 가해자였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피해자이기도 한 불쌍한 상은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다시 책을 덮어버렸다. 상은이 미쳐가고 있고 그의 엄마도 같이 미쳐가고 있고 그들이 속한 세상이 다 미쳐가고 있음을 용납하기 힘들었다.
p 101 "괜찮아. 흉 지지는 않겠어. 그러니까 언니 말 잘 들어야지" 기주는 또 다시 웃으며 말했다.
p 102 상은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기주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사태가 가볍게 느껴지더니 상은이 철이 들면 다 괜찮아질거라는 믿은이 생기는 거였다.
엄마가 상은보다 로아에게는 더 큰 가해자이다. 방관하고 부추기고 있는 형상이라니..그러면서 상은을 두려워하고 있고 본인은 숨고 있다.
p 146 상은이 나를 때렸던 손으로 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반전이라 읽어보시라 권해드린다. 작은 방에서 이쪽 저쪽 벽을 오가는 탁구공처럼 나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방어는 철저히하는 사람들~
어떤 관계는 죽어야 끝난다.
용서도 화해도 없다. 잊지도 않는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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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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