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텔러
  1. 마이 리뷰(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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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쓴이
룰루 밀러 저
곰출판
평균
별점8.7 (1049)
달밤텔러
"삶의 질서에 대한  진실과 거짓"

룰루 밀러의 <물고기 존재하지 않는다>  읽고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 사회에, 서로에게 중요해요!"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2020년 올해의 책 -

 




누군가 당신에게 '물고기는 존재합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해 뭐라고 대답 하겠는기? 지금까지 한 번도 '물고기는 존재한다'는 과학적인 사실에 의심한 적이 없기에, 대답은 당연히 "Yes"  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과학적 사실이 거짓이라면, 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참이라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까지 우리가 진리라고 알고 있었던 사실이 완전히 거짓이라고 판명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처럼 우리는 알든 모르든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 신념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옳은 것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를 읽으며, 내가 원하지 않았던 신념으로 살다가 그 신념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을 느낄지 생각해보게 된다.


 
"넌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아버지와 "자연계에는 강자가 더 오래 살아남고 더 우월해진다!"라는 믿음을 맹신했던 한때 작가의 영웅이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각과 신념에 대해 반박하면서 작가는 그런 신념과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존경하는 아버지에게 '너는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다' '너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라는 말을 듣고 자랐던 작가는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고 이제 끝났다' 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살아갈 의지도 희망도 잃어버리게 되었다.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찾고 싶었던 작가는 한 과학자의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19세기 어류 분류학자이자 저명한 과학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의 업적, 집념, 긍정적 확신, 자신감, 끈기 등을 통해 살아갈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지독한 청교도인 부모의 말을 섬기며 자랐고, 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겁 많고 소심했던 한 소년이 어떻게 '혼돈에 항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더 나아가 우생학 신봉자가 되어 인간의 삶의 가치를 판단하며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했던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 파헤치고 있다.

자신의 무너진 삶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찾고자, 작가는 데이비드 조던의  자서전을 통해 그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살아온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별을 쫓던 호기심이 많아서 식물 수집을 좋아하던 한 소년이 세계적인 저명한 어류분류학자가 되기까지 작가는 마치 한 편의 전기문을 들려주는 듯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한 개인의 업적과 위대함을 전해주는 전기문이며, 그 인물에 대한 서술 태도가 긍정적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저자는 그의 삶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면서 왜 그가 과도한 과학 질서에 함몰되어 가고, 자기 이론에 빠져 보잘 것 없는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우생학 신봉자가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그가 2500 여 종의 물고기를 발견해내서 '어류'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낸 것 등 그가 이룬 위대한 과학적 업적 그리고 절대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인내심, 도전 정신 등이 있지만, 제인 스탠퍼드 독살 의혹과 우생학 신봉자가 되어 많은 일명 '부적합' 이라고 판명된 많은 사람들의 강제 불임화수슬 시행 등은 그 진실과 사실은 반드시 규명되어 함을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면서 우리는 그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수정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스탠퍼드 대학 초대 학장의 업적과 조던 홀을 비롯한 그의 이름을 딴 건물 등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영향은 너무나 폭넓게 퍼져 있고, 북미의 체계 어류학자들은 거의 모두가 과학적 혹은 지적으로 조던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추앙받는 위대한 과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사실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의문점을 제기하며 그의 생애 업적, 그의 잘못된 가치관과 행위들을 관련된 자료, 인터뷰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여 그 신념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천천히 재깍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이 더 적합하고, 더 지적이며, 도덕적으로 더 진화된 생명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p. 204-205)  주장하며 데이비드 조던은 '사다리 이론'을 주장하며 자신의 신념을 합리화하며 그 신념은 더 나아가 우생학의 토대가 되었다. 그는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박테리아에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 구조인 것이다. 

이런 계층 사다리는 우생학의 이론적 토대가 되어 우생학으로 인해 저질러진 비인간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합리화하고 용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생학에 의해 유전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흑인, 이민자들, 정신적 이상자, 실업자, 부랑자들을 수용소에 별도로 수용했다. 특히 그들의 유전적 형질이 후대에 계승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주에서는 강제적인 불임 수슬을 허가하여 수백만 명의 여성들은 강제로 불임수술을 당했다.  실제로도 1907년부터 소수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은밀한 불임수술을 시행해왔고, 이후 1930년대 대공황기 때는 불임수술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졌고 결국 약 30개 주에서 불임수술법이 통과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생학의 피해자인 '애나'와 '메리'를 실제로 인터뷰하면서 데이비드 조던이 주장한 우생학은 틀렸다는 것을 폭로한다. 인간을 계층 구조로 나눈 사다리 이론이 아닌 '민들레 원칙'을 주장하면서  '우리는 중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여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즉 민들레가 잡초처럼 보이지만, 약초로 쓰일 정도로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이듯,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도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아버지나 데이비드 조던을 통해 학습되고 믿어온 신념 '너는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아' 라는 것에서 시작하여 '우리 모두는 중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또한 이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통해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 몰두하고 관심을 기울이던 그 상냥했던 소년이 오히려 숨어 있는 보잘것 없는 존재들을 기꺼이 말살하려는 남자가 되어버린 사실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또한 데이비드 조던의 업적 중 어류를 분류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과학적 사실에 따르면 어류란 범주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데이비드의 업적뿐만 아니라 그가 밝혀낸 과학적 사실까지도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단순히 그에 대한 잘못된 신념이나 과학적 사실의 거짓을 규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신념이 틀릴 수도, 잘못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더 나아가 저자는 자신이 규명해낸 진실을 자신의 삶까지 확장시킨다. 그동안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신념 때문에 삶의 의지와 희망을 버렸고 이를 데이비드 조던이라는 한 사람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그 의미를 밝혀내고 싶었다고 처음에 말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갈 의지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임을, 우리 모두는 중요하고 모두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p.263~264


 저자는 한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과학적이고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통해서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삶의 질서를 끈기있게 파헤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는 전기문인지, 과학적 이론을 밝힌 학술지인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다룬 에세이인지 솔직히 그 장르와 작가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데이비드 조던의 삶과 업적,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규명을 중심으로 보았지만, 재독할 때는 비로소 작가의 의도와 전해주고자 하는 메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두 번 읽고 나니, 이제서야 왜 이 책이 왜 훌륭한 책인지, 많은 칭찬과 찬사를 받았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 올해의 책이라고, 한 번이 아닌 두 번 정도를 읽어보아야 비로소 이해되는 깊은 사유와 통찰이 담긴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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