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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행복
- 작성일
- 2025.1.24
작별하지 않는다
- 글쓴이
- 한강 저
문학동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깊은 슬픔과 아픔을 담은 작품으로,
역사적 배경을 통해 상처와 치유,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작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한 개인의 고통이 아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그려내며,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작별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간 이들과 그 흔적이 우리 삶에 끊임없이 머물러 있는 여정을 뜻함을 알게 될 것이다.
소설을 쓰는 주인공 경하의 꿈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덤에 물이 차오르고, 무덤들이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하면서 꿈에서 깬다. 이런 꿈을 꾸는건 자신이 쓰고 있는 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하.
경하는 사진작가 인선에게 자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며 영상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우지만 돌연 영상 작업을 멈추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선은 그 의견을 듣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나가게 된다.
어느날 병원에 있는 인선에게 연락이 온다.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집에 홀로 남겨진 새, 아마가 물과 먹이 없이 보낸 며칠 때문에 죽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인선은 경하에게 지금 당장 제주도 집으로 가 새 먹이주기를 부탁한다.
경하는 거절하지 못하고 제주로 향한다. 제주는 폭설로 인해 앞을 내다볼 수도, 한발짝 내딛기도 힘든 상황. 그런데다가 인선의 집은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정말 그 새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도 의문을 갖게된다.
무엇이 그녀를 폭설과 강풍이 몰아지는 위험한 순간에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왜 거절하지 못했는지... 인선은 왜 자신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했는지...
이런 눈에 인선은 익숙할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런 눈보라가 그녀에게는 놀랍거나 특별한 일이 아닐까.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돌집이 저 거대한 덩어리 속에 분명한 좌표로 존재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새 한 마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p.71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p.152
새는 단순히 인선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그녀의 외로움과 상처를 대변하는 존재로,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 입원 중인 인선에게 전화를 걸지만 다급한 조무사의 대답만 남은채, 인선의 행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끊긴다. 인선이 끝내 완전한 회복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남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상처와 회복이 결코 단순히 끝이 나는 과정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 같다. 치유의 여정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지를 준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잔을 들고 작업대에 기대서며 인선이 활짝 웃었다. 그 미소가 가시지 않은 입술이 찻잔에 닿는 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뜨거운 것을 혼이 마실 수 있나.
p.193,194
제주도 인선의 집에서 알게되는 인선의 가족사, 그리고 제주 4.3 사건의 전말.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대규모 학살과 찾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낸 그날의 기록들.
그 기록들을 모으며 더 아파했을 날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 거라고...... 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p.291
개인의 상처와 고통뿐만 아니라, 집단이 함께 겪은 역사의 상흔을 다루며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서로의 삶에 깊숙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진정으로 작별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인선의 가족사가 얽힌 제주 4.3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아픔과도 맞닿아 있다. 인선이 떠안고 있는 상처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4.3 사건은 국가의 탄압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무참히 희생된 비극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그 상처와 후유증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인선과 경하가 함께 알아가는 이 사건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이상 알 수 없게 되었어. 오랫동안 애써야 가까스로 기억할 수 있었어. 그때마다 물었어.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이제 내가 누군지.
p.317
작별은 단순히 과거와 단절하는 일이 아니라, 그와 함께 걸어가는 일임을 이 책은 시사한다. 인선의 삶 속에 남아 있는 고통과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경하의 삶 속에도 그러한 흔적이 남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억을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는 여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듯,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처와 기억, 치유의 의미를 담아내며 우리의 삶 속에서 작별이란 단순히 어떤 관계의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걸어가야 하는 무언가임을 가슴 깊이 새기게 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렇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p.325
우리는 때때로 완전한 작별이 불가능한 상처와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 이를 어떻게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 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먹먹함을 남기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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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