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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enty
- 작성일
- 2025.1.30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글쓴이
- 줄리언 반스 저
다산책방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읽을 때면 자주 밑줄을 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결국엔 책을 사고 만다. 작년 말 이동진 평론가의 유튜브 채널에서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라는 그의 최신작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을 읽을 때도 역시 자주 밑줄을 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글귀중 다음 두 문장이 마음에 울렸다. (내 기억이 부정확할 것을 백프로 알기에 해당 문구를 다시 책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잊지 마세요. 전기나 역사책은 말할 것도 없고 소설에서도 어떤 인물이 형용사 세 개로 줄어들어 깜끔하게 정리되는 게 보이면 그런 묘사는 늘 불신하세요."
" 사람들이 내가 한 일과 한 말로 내가 누구였는지 알아내려 하지 못하게 하라."
독자들을 향한 작가의 선언 같았다. 내 작품 속 인물들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착각하지 마. 인간은 절대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될 수 없어. 그렇게 해서, 이제는 마지막 식스센스급 반전으로만 기억에 남은(웃프게도, 내 기억속에 남은 그 대반전마저 다시 책을 읽으니 실제 내용과 달랐다) 맨부커 수상에 빛나는 그의 대표작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두 번째 읽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처음보다 몇 배는 더 흥미로웠다. 일단 처음 읽었을 때는 지나쳤던, 그래서 잘 헤어리기 어려웠던 인물들을 해석할 수 있는 힌트들을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의문들에 대한 힌트들
의문 1) 에이드리언은 왜 자살했을까?
의문 2) 베로니카의 가족은 뭐가 문제일까? 또 토니를 대하는 베로니카의 행동의 변화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문 3) 사라는 어떤 여자이며 도대체 왜 토니에게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과 너무나 애매하게 돈 500 파운드를 남겼을까?
뻔하지 않은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이 좋다. 적어도 작가는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지만 독자에게 가능성을 열어두는 소설, 떡밥을 던져준 후 정답을 주진 않지만 완전히 오리무중으로 글을 끝내지 않고 너의 해석이 어느 정도는 논리적이야, 할 정도로 떡밥을 회수해 주는 소설이 좋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줄리언 반스의 화두 중 하나인 인간 기억의 부정확성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확실한지를 다루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적 특징에 상당히 부합한다.
우리 엄마보다 고작 한 살 어린 이 영국 최고의 작가는 아직도 낡은 타자기에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희수의 나이에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같은 수작은 발표한 작가가 80대에는 또 어떤 소설을 우리 앞에 들고 나올지 너무나 기대된다. 줄리언 반스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디 장수하세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전기나 역사책은 말할 것도 없고 소설에서도 어떤 인물이 형용사 세 개로 줄어들어 깜끔하게 정리되는 게 보이면 그런 묘사는 늘 불신하세요."
" 사람들이 내가 한 일과 한 말로 내가 누구였는지 알아내려 하지 못하게 하라."
독자들을 향한 작가의 선언 같았다. 내 작품 속 인물들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착각하지 마. 인간은 절대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될 수 없어. 그렇게 해서, 이제는 마지막 식스센스급 반전으로만 기억에 남은(웃프게도, 내 기억속에 남은 그 대반전마저 다시 책을 읽으니 실제 내용과 달랐다) 맨부커 수상에 빛나는 그의 대표작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두 번째 읽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처음보다 몇 배는 더 흥미로웠다. 일단 처음 읽었을 때는 지나쳤던, 그래서 잘 헤어리기 어려웠던 인물들을 해석할 수 있는 힌트들을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의문들에 대한 힌트들
의문 1) 에이드리언은 왜 자살했을까?
의문 2) 베로니카의 가족은 뭐가 문제일까? 또 토니를 대하는 베로니카의 행동의 변화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문 3) 사라는 어떤 여자이며 도대체 왜 토니에게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과 너무나 애매하게 돈 500 파운드를 남겼을까?
뻔하지 않은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이 좋다. 적어도 작가는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지만 독자에게 가능성을 열어두는 소설, 떡밥을 던져준 후 정답을 주진 않지만 완전히 오리무중으로 글을 끝내지 않고 너의 해석이 어느 정도는 논리적이야, 할 정도로 떡밥을 회수해 주는 소설이 좋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줄리언 반스의 화두 중 하나인 인간 기억의 부정확성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확실한지를 다루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적 특징에 상당히 부합한다.
우리 엄마보다 고작 한 살 어린 이 영국 최고의 작가는 아직도 낡은 타자기에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희수의 나이에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같은 수작은 발표한 작가가 80대에는 또 어떤 소설을 우리 앞에 들고 나올지 너무나 기대된다. 줄리언 반스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디 장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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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