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클러버 리뷰

세살구
- 작성일
- 2025.2.2
급류
- 글쓴이
- 정대건 저
민음사
"상처와 치유를 통한 성장과 사랑"
정대건의< 급류> 를 읽고

"네 어두운 그늘까지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상처에 흠뻑 젖은 이들이 서로의 흉터를 감싸며
다시 무지개를 보기까지
2024년 역주행 베스트셀러, 아픈 사랑과 성장 서사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랑했던 가족이 갑자기 당신 곁을 떠난다면 어떨까? 당신은 남겨진 삶 속에서 그 상실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가족의 죽음이 당신이 지금 사랑하고 있는 연인과 관련 있다면, 그 연인의 잘못도 있다면, 당신은 그 연인을 용서할 수 있을까? 변함없이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 『급류』는 열 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통한 상실과 사랑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처에 흠뻑 젖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고 서로의 만남과 인연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흉터가 되어 함께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의 흉터와 상처를 감싸며 다시 사랑하며 희망의 무지개를 꿈꾸는 이야기이다.
물에 빠질 뻔한 해솔을 구하러 도담이 뛰어들어 그를 구하게 되면서 그들의 인연은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들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비극적 결말을 향해 굴러가게 된다. 운명적인 만남, 한눈에 반한 낭만적인 사랑,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사랑, 설레이고 풋풋한 첫사랑은 평탄하게 지속되지 못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잔잔하고 평탄한 물이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물살이 빨라져서 휩쓸려서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는 급류처럼 그들의 사랑도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도담과 해솔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던 그 때, 도담의 아빠와 해솔의 엄마의 불륜 관계를 알게 된다. 화가 난 도담은 그들이 은밀히 만나기로 한 날 밤 해솔과 함께 랜턴을 들고 그들의 뒤를 몰래 따라 폭포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해솔과 도담의 삶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해솔과 도담의 관계와 사랑 또한 변하여 그들은 서로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사이가 되어 버리고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 도담과 해솔, 그들에게 지워진 죄인이라는 죄책감의 무게는 너무나 버겁고 힘들다. 상실과 고통의 무게를 안고 헤어져 각자 삶을 살지만, 운명은 그들을 재회하게 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 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그들의 재회는 기쁨이 아닌 서로에 대한 또 다른 상처가 된다. 이들의 관계는 더 발전하지 못하고 절뚝거리며 위태로워 보인다. 서로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면서 또 다른 상처를 만든다. 마치 거울의 양면과 같이 도담과 해솔은 같은 상처와 상실의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가 서로의 슬픔과 고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관계는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과거의 상처와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도담과 상처와 트라우마를 도담과 함께 극복해나가며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해솔, 그들의 사랑은 어긋나게 되고 결국 또 다시 헤어져 그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면서, 각자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한다. 도담은 새로운 사랑을 하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고, 자신의 아픈 상처이자 상흔인 해솔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흽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p. 100
하지만, 결국 그들은 만나야 되는 운명이었던가. 뜻하지 않게 다시 우연히 재회하게 된 도담과 해솔, 하지만 구조대원인 된 해솔은 구조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게 된다. 또 한번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자, 도담은 비로소 해솔이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p. 289-290
서로 같은 상처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그 고통까지도 함께 느끼며 극복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같은 트라우마를 가졌기에 서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도담과 해솔이를 통해 그들이 상처를 어떻게 치료하고 극복해가는지, 어떻게 다시 서로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애틋하고 안타까운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웃고 울고 했다. 그들의 이별에 안타까워 눈물 흘리고, 그들의 기적 같은 재회와 다시 시작된 사랑에 기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급류처럼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정신없이 푹 빠져버렸다. 작가가 들려주는 충격적이고 낭만적이지만 슬프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사랑이란 가슴 설레고 예쁘기도 하지만, 이처럼 상처를 주고 고통스럽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류처럼 정신없이 휘몰아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지듯이, 사랑도 이런 물과 같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한 상처와 치유를 통한 성장과 사랑 서사를 통해 사랑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번 깨진 관계 또한 다시 붙일 수 있고 헝클어진 관계도 다시 풀 수 있다는 것을...
한번 깨진 관계는 다시 붙일 수 없다고 하는 건 비유일 뿐이야. 이렇게 생각해 봐.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조금 복잡하게 헝클어진 거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p.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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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