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종이식당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키친 가든 앤 라이프
글쓴이
박현신 저
한스미디어
평균
별점9.1 (52)
종이식당

나는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에 산다. 서울과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곳이지만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꽤나 먼 곳이었나 보다. 처음 이사했다고 말했을 때 귀농해서 농사하며 채소 팔아 살 거냐, 아무것도 없는데 심심한데 뭐하고 사느냐..... 하하하. 

농사까지는 아니지만 넉넉한 텃밭에서 채소가 잘 자라 제법 양이 되면 제철 채소들을 서울 가족들과 나누며 살아야지 했던 마음 때문인지 그런 질문에 '맞아, 내 작은 텃밭에서 소소하게 채소와 허브 키우고, 텃밭 가꾸는 게 은근 신나서 심심할 틈이 없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나의 진심이었다. 


지금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화분 몇 개가 위로 옆으로 뻗어가며 커가고, 겨울에도 종종 꽃피우는 녀석도 있어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나의 기준에는 부족할 것 없는 원주의 아파트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넓은 땅에서 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그런 텃밭 있는 집을 꿈꾼다. 






<키친 가든 & 라이프>는 28년의 전원생활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간들을 모아 놓은 정원과 식탁, 삶의 기록이다. 


'계절의 정원에서 자라난 신선한 채소와 허브 이야기, 베리를 키우고 수확하는 즐거움, 전원에서 살아가며 기록한 저의 자그마한 팁을 모아두었습니다. 자연을 닮은 정원과 일상에서 찾아낸 소소한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프롤로그 중





봄이면 땅에서는 초록이 채소들이 쑥쑥 올라오기 시작하고, 안에 들였던 화분들도 꽃향기 머금은 봄바람 쐬어주기. 새콤달콤 딸기 위에 좋아하는 허브를 후드둑 뿌리고, 허브 크림치즈를 구운 빵에 듬뿍. 

날씨만큼 과일과 채소들이 쑥쑥 자라는 무더운 여름. 잘 익은 여름 과일로 만드는 차가운 소르베와 과일 시럽들은 뜨거운 여름이기 때문에 더 달콤하고 더 시원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뚜렷한 사계절의 우리나라는 점점 봄과 가을의 시간이 짧아지고 있음에 왠지 모르게 아쉽다. 

<키친 가든 & 라이프>는 분명 나와 같은 시간이지만 뚜렷한 사계절을 느끼게 해준다.

아주 잠시 머물러 가는 봄을 조금 더 길게, 향기롭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얘기한다. 정원에서, 산으로부터, 식탁 위로, 집안의 향기를 채우고 분위기를 바꾸며 그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작가님의 키친 가든은 마치 최대한 불필요한 손을 들이지 않아 자연스러운 숲의 일부인 듯 보인다. 이 책에는 정원을 꾸미는 방법이라든가 허브 키우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계절에 맞게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 열매를 맺을 때까지 상태를 잘 살피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법과 잘 자란 허브와 채소, 과일과 꽃잎으로 디저트를 만들고 시럽을 만들고 때로는 꽃잎 차로, 부지런히 말리고 저장하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키친 가든 & 라이프> 1년의 시간에 빈틈이 없이 꽉 차있다. 기다림이 채우기도 하고, 설렘이 가득할 때도 있고, 풍성함과 생기로 가득하다. 농사 일이나 정원 가꾸기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부지런해야 하고 할 일도 엄청 많겠지만 숨 가쁘게 바쁜 전원생활이라기보다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나는 이 책을 도시 생활을 하거나 꼭 도시가 아니더라도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치듯 지나가는 계절의 흐름을 덜 흘려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우리 동네는 아파트와 전원주택 단지가 섞여 있는데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주변에는 논, 밭이 넓게 보이고 원주 둘레길이 있는 작은 산들도 있다. 이는 내가 의식하지 않은 순간에도 공기로, 색으로, 향기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계절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그동안처럼 서울에 살았다면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알아차렸을 텐데, 어떤 수고 없이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건 내가 원주에 살고 있기에 가능한, 너무 고마운 특별함이다. 


지금은 키친 가든을 꾸려 살기에는 너무 많은 이유로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작가님의 키친 가든만큼은 가꾸지 못하더라도 작은 텃밭에 좋아하는 허브와 과일, 채소를 소소하게 키우며 살고 싶다. 

텃밭에서 딴 허브를 샐러드에 흩뿌리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빵 반죽에 갓 따온 허브를, 잘 익은 토마토를 따서 꼭지 내음(내가 좋아하는 푸릇한 향)을 맡으며 옷소매로 쓱쓱 문질러 먹기, 길게 늘어진 오이는 허벅지에 쓱쓱. 매일 바뀌는 식탁 위의 화병의 꽃, 향기와 함께. 


꽁꽁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기적을 보고, 꽃과 채소들을 따서 샐러드로 펼치고, 키친 가든에서 맨발로 걸어 다니며 지금 필요한 허브를 따고, 철마다 말리고 저장해둔 식재료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삶을 살아야지. 



* 본 포스팅은 한스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간적인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종이식당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12.1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2.1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12.6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4.11.2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1.2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6
    좋아요
    댓글
    211
    작성일
    2025.5.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44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71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