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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글쓴이
할레드 호세이니 저
현대문학
평균
별점8.7 (113)
바니
책의 내용이 끝났는데도 먹먹한 마음이 차마 책장을 덮지 못하게 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사라진지 오래된 아프가니스탄, 2021년 탈레반 정권의 재집권 당시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고통 받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 탈레반 정권의  잔혹성 등으로 세계가 떠들썩했었던 것 같다. 그러한 고통의 역사는 종식되지 않았고, 지구 한 켠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곳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역할을 한 것이 이 책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운명이 함께 진행되면서 한 어린아이의 삶을 지배하는 과정이 생생하고, 인간의 삶은 역사와 민족을 떠나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카불의 평화롭던 시절, 하지만 그 속에서 어린 주인공이 겪었던 내적인 갈등과 고통, 죄책감, 아버지의사랑에 대한 동경, 하산과의 추억, 그에 대한 배신, 그로 인한 죄책감과 번민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 행동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어린 주인공 아마르의 모습은 공감이 되고, 내적인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그 순수함과 정직함에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불행한 역사와 함께 시작된 미국으로의 망명 과정에서 특히 아버지 바바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러시아군의 부당한 요구, 즉 어떤 부인을 성적 대상으로 내어놓으라는 요구에 대해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무사 안전을 위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고 따르려 할 때, 아프가니스탄의 전통과 남자로서의 책임, 어른으로서의 책임, 한 인간으로서 인간다움을 내세우며 당당히 그에 맞서는 바바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모습, 남자다움,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바의 그러한 당당함과 타인을 향한 관용,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모습이 주인공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바바가 그렇게 선행을 베푼 이유가 나중에 나온다. 하녀를 범해 아들을 낳게 하고, 그 아들을 떳떳이 밝히지 못함으로 인해 일생을 죄의색과 죄책감에 살았고, 그러한 죄책감에서 선행을 베풀었다고 한다. 죄책감을 선행으로 승화시킨 삶의 태도가 마음에 와닿는다. 아무튼 바바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주인공 아마르는 미국 망명과 함께 미국인으로 변모한다. 아프간에서의 어린 시절로부터 그는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죄의식으로부터의 도피이기도 할 것이다. 아버지 바바의 육체가 쇠락하여 가듯 주인공에게서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의 존재는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산이 자신의 이복 동생임을 알게 되고, 하산의 아들 소랍을 찾으러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갔을 때, 그의 속에 내재해하고 있던 고향, 민족이라는 DNA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인이라는 것,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고향에서의 평화로움에 대한 그리움, 그것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확인함으로써 얻게 되는 안타까움과 그리움, 어린 시절의 그 자리, 그 장소가 그대로 있었다면 그 그리움은 아마도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파괴되었고, 폭력과 잔인함으로 점철된 고향을 눈으로 목격하는 순간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그 시절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깨닫게 되고, 그 시절, 그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확인한다. 그것은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는 과거에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달라는 요청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자신이 쓰고 싶은 개인적 취향의 글을 쓰는 작가로 머물고 싶어했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작가로서의 성공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산의 아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개인적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아프가니스탄인으로서 거듭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이 민족을 위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실천, 노력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또한 소랍을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에서, 그동안 아마르가 하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죄책감의 크기가 얼마나 컸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소랍을 구하는 조건으로 벌인 몸싸움에서 무참히 얻어 맞으면서도 오히려 그 고통을 통해 통쾌함을 느끼고, 속죄감을 느끼며 후련해한다. 자신의 죄에 대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갔던 것이 아마르에게는 너무도 큰 고통이었던 것이다. 그 고통이 죄책감으로 그동안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는데, 그렇게 고통스럽게 매를 맞음으로써 오히려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유함은 이후 아마르의 행동에 자신감과 정체성을 부여해주게 된다. 소랍에 대해서도 자신의 조국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도 그는 이전과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해인의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담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개인과 역사, 민족, 공동체, 그 속에서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삶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하산의 아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전개되는 속도감과 긴각감, 감동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침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하산의 아들이 연날리기를 통해 바깥 세계로 걸어나오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 어린 아이가 겪고 있는 아픔을 공감하며 아프가니스탄인들의 고통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연 날리기, 그것을 쫓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개인적, 민족적 희망과 낙관을 느껴본다. 아프가니스탄에도 봄이, 어린 시절의 평화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것이 곧 작가의 믿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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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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