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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
글쓴이
이효원 저
현대지성
평균
별점8.2 (127)
quartz2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암기해야 하는 세대가 아니었음에도, 걸핏하면 머리에서 이 문장이 튀어나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한 개인의 삶이 민족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 위함이라니. 옹알이도 제대로 해내기 전부터 이토록 거창한 책임감에 억눌려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무척이나 암울했을 것이다. 1968년 만들어진 <국민교육헌장>보다도 시기상으로 앞섰으며, 실상 우리의 삶에 보다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헌법을 꼽을 수 있다. 총 9차례 개헌이 있었다고는 하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줄곧 존재했던 만큼 이에 익숙해야 함이 당연하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창시절 배운 것들을 좀체 일상에 접목시키기 힘든 것과 매한가지로, 우리는 헌법의 존재를 평소에는 잊고 산다. 해결을 필요로 하는 다툼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개별법에 근거해 사고하기 바쁘지, 헌법까지 거론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인생이 허무할 땐 헌법을 읽는 것이 좋다!”라는 표지에 적힌 저자의 선언이 내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하필 왜 헌법이란 말인가. 의아함은 이내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성실하게 헌법 조문 하나하나를 들춘 기억이 내게는 없었다.
헌법은 국가를 조직하는 최고법이다. 헌법은 국가기관의 구성과 권한 부여 등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 국가가 어떠한 정신에 따라 수립되었는지를 헌법은 명확히 담고 있다. 그러한 국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떠한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도 헌법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헌법을 순차적으로 살폈다. 자연스레 헌법의 조문이 가장 먼저 다루어졌다. 주어 하나, 술어 하나. 이토록 긴 문장을 평소 접할 일은 드물기에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주어가 ‘대한국민’이라는 점도 눈 여겨 보지 않았던 바였다. 국민이 헌법을 만들었음이 핵심이라고 저자는 주장했다.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일은 지난한데 반해, 국가는 국민의 존재로부터 비롯됐음이 명확함을 헌법 전문은 말하고 있었다. 어디 실상이 그러했던가! 정치적 필요에 따라, 특정인의 입맛에 맛도록 많은 게 변질돼 왔다.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야 할 헌법부터가 엄정한 잣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수시로 굽고는 했다. 그래도 헌법은 정교했다.
핵심은 초반일 터이다. 무엇이 헌법을 가능케 하였는지와 그렇게 성립한 헌법의 구속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대한국민이라면 어떠한 권리와 의무를 지니는지에 대해 우리의 헌법은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다분히 이상적이고, 조금은 이론에 치우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이후 등장하는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등 각 기관에 대해 규정한 부분들이 내게는 외려 더 가깝게 느껴졌다.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선거가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선출된 이들(대통령, 국회의원 등)은 국민의 뜻을 펼칠 의무를 지닌다. 그렇지만 그들은 ‘국민을 대신해’야 한다. 선거가 그들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진 않는다. 헌법은 기관 간의 균형을 중시 여긴다. 하나의 권력이 다른 권력을 견제함으로써 어느 한 축으로 힘이 쏠리는 걸 방지한다. 헌법이라는 공동의 보호막 아래서, 기관들은 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민의 권익 증진과 더불어 헌법이 규정한 가치의 발현을 위해 힘을 쏟는다. 각 기관의 존재 가치를 잊은 채 오로지 법에만 경도된다면 합법을 가장한 폭력에 이를 수도 있다.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제76조 1. 대통령은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2.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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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계몽을 위해 계엄이 필요했다는 궤변이 한동안 언론을 장식했다. 대통령에 취임하던 당시에 그도 했을 선서의 내용을 곱씹으면서, 우리가 과연 헌법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된 시대를 살고 있는지를 물었다.
문장과 문장에 쓰인 표현에만 주목했을 뿐 이면에 깃든 가치까지 읽어내지는 못했다. 헌법을 충분히 읽었을 수는 있지만 이해는 하지 못했기에 촌극이 빚어진 듯도 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무언가를 만들고자 벼른 결과가 오늘날의 헌법일 텐데,… 인생의 헛헛함을 헌법으로 달래기는 역시나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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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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