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소설

키드만
- 작성일
- 2025.2.23
파과 (리커버)
- 글쓴이
- 구병모 저
위즈덤하우스
구병모 작가의 <파과>를 구입해 놓고 책장에 방치(?)한 게 어언 10년이 다 되어가는 가 보다.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자음과 모음' 에서 2013년에 출판한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잊고 있었다. 구병모 작가의 작품들이 신선하고 좋았기에 구입부터 해 놓고는 읽어야지 하면서 잊고 있었는데, 최근 영화로 만들진 이 소설의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이혜영 배우의 아주 강렬한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그 영화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 책을 얼른 찾아가 꺼내 들게 되었다. 60대 노부인이지만 실상은 '방역'이라는 일을 하고 있는 청부살인업자 '조각(爪角)'의 이야기를.
영화에 관심이 갔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전작을 읽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원칙(?)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책을 덮는데 이틀 정도면 충분했다. '분량이 적어' 라기 보다 내 머릿속에 이혜영 배우로 각인된 조각이라는 인물을 상상하며 책을 읽는 그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으니 더욱 역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암튼, 스릴 있는 책읽기였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기에 힘들어 하는 상황 속에서도 빈틈없이 일처리하며 혼잣말을 하는 인간적인 조각의 모습.
'지켜야 할 것을 만들지 말자' 라는 다짐을 하면서 살아가던 그녀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겨 고뇌하는 모습
결국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은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해 버리는 모습.
언젠가 우리는 사라진다. 농익은 과일이 뭉개져 사라지는 것 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다만 그 사라짐을 알기에 어느 한 순간 만큼은 빛나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닉네임인 손톱에 아트를 올려 놓고, 그것을 통해 사라짐의 의미를 떠 올리는 멋진 노부인의 모습으로 페이드 아웃되는 마지막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제 영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
'나름의 아픔이 있지만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지바른 곳의 사람들, 이끼류 같은 건 돋아날 드팀새도 없이 확고부동한 햇발 아래 뿌리내린 사람들을 응시하는 지금이 좋다.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언감생심이며 단 한 순간이라도 그 장면에 속한 인간이 된 듯한 감각을 누릴 수 있다면. (p208)'
'모든 사소한 결격사유들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자기 몸만큼이나 불안한데, 아무리 구조가 단단하고 성분이 단순 명료하다 해도 사람의 영혼을 포함해서 자연히 삭아가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존재하는 모든 물건은 노후된 육체와 마찬가지로 연속성이 단절되며 가능성은 협착된다. (p. 276)'
'사라진다.
영화에 관심이 갔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전작을 읽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원칙(?)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책을 덮는데 이틀 정도면 충분했다. '분량이 적어' 라기 보다 내 머릿속에 이혜영 배우로 각인된 조각이라는 인물을 상상하며 책을 읽는 그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으니 더욱 역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암튼, 스릴 있는 책읽기였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기에 힘들어 하는 상황 속에서도 빈틈없이 일처리하며 혼잣말을 하는 인간적인 조각의 모습.
'지켜야 할 것을 만들지 말자' 라는 다짐을 하면서 살아가던 그녀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겨 고뇌하는 모습
결국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은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해 버리는 모습.
언젠가 우리는 사라진다. 농익은 과일이 뭉개져 사라지는 것 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다만 그 사라짐을 알기에 어느 한 순간 만큼은 빛나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닉네임인 손톱에 아트를 올려 놓고, 그것을 통해 사라짐의 의미를 떠 올리는 멋진 노부인의 모습으로 페이드 아웃되는 마지막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제 영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
'나름의 아픔이 있지만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지바른 곳의 사람들, 이끼류 같은 건 돋아날 드팀새도 없이 확고부동한 햇발 아래 뿌리내린 사람들을 응시하는 지금이 좋다.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언감생심이며 단 한 순간이라도 그 장면에 속한 인간이 된 듯한 감각을 누릴 수 있다면. (p208)'
'모든 사소한 결격사유들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자기 몸만큼이나 불안한데, 아무리 구조가 단단하고 성분이 단순 명료하다 해도 사람의 영혼을 포함해서 자연히 삭아가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존재하는 모든 물건은 노후된 육체와 마찬가지로 연속성이 단절되며 가능성은 협착된다. (p. 276)'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그래서 아직은 류, 당신에게 갈 시간이 오지 않은 모양이야. ( p. 332)


#파과 #구병모 #자음과모음 #소설책읽기 #영화포스터 #영화파과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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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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