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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론 도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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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니나 (하)
글쓴이
레프 톨스토이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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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600여페이지에 달하는, 그 피날레를 장식하는 대망의 <안나 까레니나 (하)>다. 사실상 이야기의 흐름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흘러가는데 알고 보니 당시 톨스토이가 연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덕에 동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함께 그리고 있어 러시아가 어떻게 변화하고 시민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지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오죽했으면 톨스토이가 안나 까레니나를 쓰는 동안에는 일기를 중단했다고 했을까. 그래서 그런지 인물들의 생각이 수시로 바뀌고 변덕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그 점이 오히려 입체적 인물들로 보이게끔 해 더욱 흥미롭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감정이 소용돌이치니 그런 점을 묘사했다고 보면 인간적이기도. 

안나의 경우 초반에 굉장히 매력적이고 당당한 신여성으로 그려지는데 본인의 오빠인 스찌빠가 바람 핀 것을 들켜 가정파탄 위기에 놓이자 돌리에게 찾아와 조곤조곤 돌리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조언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된 생활이 주는 무료함때문에 브론스끼와 정열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불륜을 저지르는 너무나도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는 안나다(역시 남 일일때와 내 일일때와는 이렇게 다르다). 결혼한 여성의 바람이라는 것 자체,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이긴 하지만 당시 피임이라는 기독교나 천주교 교리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당대 여성들에게 충격을 주는 파격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설의 말미에는 까레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세료자에게 쏟았던 모성애를 다시 줄 수 없는, 이혼하지도 재혼하지도 못하는 불안함에서 오는 헛헛한 마음에 브론스끼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안나에게(불쌍하게도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성이 없다) 제대로 정을 붙이지 못하고 물질적이거나 외적인 것으로 달래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교계에서 쫓겨나 초대할 사람도 없는데 집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이 잘 보여준다. 결국 그 누구보다도 집착하여 스스로의 몰락을 초래하는 캐릭터니 이렇게나 입체적일수가. 그래서 다른 많은 주인공들을 제치고 제목이 안나 까레니나 일지도. 

키티 역시 격변하는 러시아에서 막 등장한 신여성 계열에 속하는데 초반에 브론스끼에게 청혼을 받을 거라 예상하며 레빈의 구애를 거절하나 안나와 브론스끼가 불륜을 저지르고 레빈에게서도 청혼을 받지 못하자 그 충격으로 정신병에 걸려 요양을 가게 된다. 요양을 떠난 독일에서 만난 바렌까의 도움으로 정신적 성장을 이루고 레빈과 다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내조에 힘쓰는 모습을 보며 그 당시 여성에게 요구되었던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레빈의 형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오히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형을 돌보는 모습에서도 키티 뿐만 아니라 여성의 역할이 집안에서 중요함을 강조한다. 남편의 바람기로 힘든 세월을 보내는 돌리는 초반에는 수동적, 맹목적,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남편의 무능력으로 좀 더 살림꾼이 되고 가정에 더욱 충실하여 아이들을 지키려는 모성애 충만한 어쩌면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중반에서는 자기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안나를 보며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브론스끼와 안나의 돈으로 장식한 듯한 사치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공허하고 쓸쓸해보이는 둘의 모습에 본인 가정과 삶을 재조명하며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모습으로 내실을 다지는 인물이다.


여성 캐릭터들을 기준으로 설명했지만 이 작품은 크게 보면 안나와 레빈의 삶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을 대조적으로 비교한다고 볼 수 있다. 안나는 안정된 삶에서 불안정한 삶을 택한 인물이다. 남편으로서는 충실하기만 한 그러나 공감능력은 조금 부족한 까레닌과의 의무로 다져진 잔잔한 결혼 생활에 익숙해져 살고 있다. 귀족 부인이 으레 그러하듯 사교생활을 하며 지내던 중 사랑과 애정표현함에 있어 굉장히 적극적인 브론스끼를 만나 도파민이 터지듯 사랑에 빠지게 되고 모든 것에 의미부여 하려 한다. 자신의 부정을 계속해서 정당화 하고 결국 그로인해 나락에 빠지게 되는 참혹하고도 불쌍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에 반해 레빈은 초반에 자존감도 낮고 불안정한 면을 많이 보여주지만 키티와의 결혼과 함께 더욱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과학이든 철학이든 정답을 줄 수 없기에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초월적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삶에 의미가 없이 느껴지더라도 결론이 중요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세상의 진리를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내적 성장을 이루며 이성적으로 사고한다. 톨스토이는 안나보다는 레빈의 삶을 독자들에게 설파하고 싶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는 (막장) 드라마의 원조격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안나 까레니나>를 통해 러시아의 급변하는 근대사회에서 아직은 가부장적이지만 여성들의 지위가 점차 높아져가는 모습, 귀족의 사치스럽고 모순적인 면모에 대한 풍자를 엿볼 수 있으며 사회주의가 러시아에서 싹 트는 시대를 함께 읽을 수 있어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덕분에 러시아 문학에 관한 관심에 물꼬를 튼 셈이니 다른 러시아 작가의 작품도 계속해서 읽어나가려 한다.


다시 한번 <안나 까레니나>의 첫 구절을 생각해볼 때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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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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