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5.3.5
쓰게 될 것
- 글쓴이
- 최진영 저
안온북스
단편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참 괜찮은 단편 소설을 만나면 좋다.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 같은 것? 최진영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사실 나는 최진영 작가를 남자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성 작가였다. 이것도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책을 읽어보니 섬세하고 부드럽고 내밀했다고나 할까?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 그녀의 ‘책 당신 옆을 스쳐 간 그 소녀의 이름은’, ‘원도’, ‘구의 증명’,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일주일’을 읽은 것 같다. 그 소설들 모두 좋았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단편이라 읽을까 망설였는데 읽기를 잘한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쓰게 될 것’은 모두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단편을 언급하려고 한다. 제일 먼저 ‘ㅊㅅㄹ’이다. 아이가 없는 중년의 서진에게 어느 날 은율이라는 소녀가 카톡을 한다. 잘못 온 톡이지만, 자신이 유시진이 아님을 알리지 못한다. 그러다 더 많은 톡이 오게 되어 서진은 ‘저는 유시진이 아닙니다. 이제야 말씀드리는 점 사과합니다’라는 톡을 남긴다. 처음에 믿지 않았던 은율이라는 소녀는 이후 다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은율은 서진 아줌마의 첫사랑에 대해 묻는다. 그렇게 많은 톡이 오가고 은율은 진짜 답답할 때만 톡을 남기겠다고 말한다. 비밀은 초성으로만.
만약 나에게 사춘기 소녀에게서 잘못 보내온 톡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니라고 다시는 하지 말라고 하려나? 사람들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진짜 자신의 속 얘기를 때론. 아무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기에 얘기할 수 있는 용기. 아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한다면, 소문이 날 수도 있으니까. 더군다나 톡이라는 건 흔적이 남으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의 단어들이 재미있고, 그들도 어른이 되는 과정이 힘들구나 싶어서 웃었다.
또 하나의 단편 ‘홈 스위트 홈’은 죽음에 대한 자세를 생각하게 했다. 죽음을 앞둔 여성이 시골 폐가를 고쳐 그곳에서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내려온다. 이삿짐을 옮길 일만 남은 집. 자잘한 것은 고치며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고치면서 살 수 있을지. 건강해도 죽을 수 있고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 (274) 맞는 말이다. 건강을 자신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는 것을 봤다. 골골 30년이라고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단명하는 사람을 못 봤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을까? 나도 죽음 앞에서 단단하고 단정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지. 집을 고쳐 그곳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는 늘 나이 들수록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한데. 조금 더 나이 들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예전엔 단편이라는 게 난해하고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 않아서 좋다. 짧지만 나와 우리 그리고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집합소. 이런 단편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heygirl0903/2237847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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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