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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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작은 땅의 야수들
글쓴이
김주혜 저
다산책방
평균
별점8.7 (254)
bird1078


  • 2024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정보 하나만 믿고 구입. 당연히 김주혜 작가도 처음 알게 되었다. 꽤 두꺼운 부피를 자랑하는 책이지만 아주 몰입해서 읽었다. 책을 구입한 보람은 이렇게 작은 데서도 발견된다.



  • 1917년 겨울 평안도. 극도의 추위와 그보다 더한 굶주림 속에서 고통받던 사냥꾼이 눈밭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그리고 호랑이 사냥을 하던 일본군 장교에 의해 그 사냥꾼은 목숨을 구한다. 사소한 만남이자 귀한 만남은 수십 년의 인연을 엮어 나간다.



  • 옥희 - 소설의 중심인물이다.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그 가난으로 인해 기방으로 팔려간다. 아주 뛰어난 외모는 아니지만 그 외모를 뛰어넘는 지혜와 총명함이 있다. 평안도를 떠나 경성에 올라와서 미모는 성숙해지고  지혜는 세심하게 다듬어진다. 그렇기에 그 주변에는 남자들이 넘쳐나지만 그 중 정호와 한철과의 인연이 이어진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사랑을 받아들이기에도 어줍잖은 위치인 기생. 그 낮은 신분으로 옥희는 일제 시대와 한국전쟁을 견뎌낸다. 그리고 그녀의 최종 안착지는 제주도. 항쟁과 수난의 섬 제주에서 옥희는 비로소 몸과 영혼의 안식을 찾는다. 1917년 한반도의 북단에서 시작된 소설의 여정이 1965년 한반도의 최남단에서 긴 여정을 마치는 것이다.



  • 정호 - 가장 애정이 가던 인물. 일본인 장교에게 목숨을 건진 사냥꾼의 아들. 부모를 잃고 무작정 경성으로 넘어와 소매치기 무리를 이끄는 인물이 된다. 특유의 강단과 예민한 촉은 정호의 가장 큰 무기이다. 기생들의 가두 행렬에서 옥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 옥희를 평생 사랑하고 지켜줄 것을 다짐한다. 그후 독립운동을 하던 명보의 밑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조국 독립 운동에 일조한다. 해방 후 정치인으로 변신하지만 끝내 비극적 죽음을 맞고 만다. 정호와 옥희가 사랑의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 바람은 허무히...



  • 한철 - 가난하지만 똑똑한 인력거꾼. 그리고 옥희가 사랑해 마지 않는 대상.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자손이지만 가난은 그의 꿈과 능력을 앗아가 버린다. 옥희가 물심양면으로 내조를 하여 가난에서 벗어나고 사업가로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옥희와의 백년가약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돈과 성공을 위해 옥희와 이별하고 부잣집의 사위가 되어 사업가로서 크게 성공한다. 흔하디흔한 신파극의 남자역이라 할 수 있다.



  • 연화 - 옥희의 단짝 친구. 오히려 미모는 옥희보다 뛰어나다. 기생 생활을 하던 중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갖게 되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 그러다 결국 마약에까지 손을 대고 인생이 나락으로 갈 뻔하지만 다행히 옥희의 도움으로 무사히 벗어난다.



  • 이 외에도 옥희를 기생으로 받아들이고 성장시킨 월향과 예단, 정호와 끈질긴 인연으로 이어지는 야마다, 출판사 사장이자 한철의 장인인 성수 등이 주변인물로 등장한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옥희와 정호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 소설의 전개가 매우 매끄럽고 정교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성을 압도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서사의 전개다. 정호-옥희-한철의 삼각 관계, 정호-명보와 일본의 대립 구도, 옥희-연화의 우정과 라이벌의 관계, 성수와 명보의 우정과 엇갈린 운명 등 소설을 읽는 재미가 무척이나 좋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고 믿는 1인이기에 만족도가 더 높았는지도 모른다.



  • 문장도 (번역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거칠다. 숙련된 작가의 필체로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문장의 소설의 숨결을 살려주고 인물을 형상화하는데 일조한다. 어쩌면 의도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외침을 당했지만 끝내 스러지지 않고 반만 년을 이어온 역사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갖은 고초와 역경을 딛고 성장한다. 한반도라는 작은 땅에 머물러 있지만 야수처럼 모진 환경과 억압 속에서도 살아남아 역사를 창조하는 민족. 그것이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 그렇기에 소설 속 인물은 개인이면서 우리 민족이며 우리의 조상이다. 지극히 개인적이며 서사적인 인물을 작가 김주혜는 창조해냈다.



  • 꽤 긴 시간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상실과 연민의 감정이 다가온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고 제주 바다에 서서 삶에 대한 통찰을 보이는 옥희의 모습을 보노라면 또 절로 마음이 정화된다. 삶은 그렇게 이어지고 지속되는 것이라는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 재미있게 읽었기에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도 꽤 있다. 그 중에서 압권은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603쪽)'라는 문장이다. 옥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어떤 것에 대한 소망도 동경도 느(603쪽)'끼지 않는 상태에서의 심리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시간이 흐르면 그것은 추억이 된다. 사랑은 삶의 주요한 동력이 된다. 사랑 앞에서는 그 어떤 불가능도 없다. 한철과도, 정호와도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한 옥희지만 결국 남는 것은 그 아픈 사랑의 기억이다. 우리네 인생처럼...



  • 김주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아주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한국에 대한 기억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민족의 서사를 기가막히게 형상화했다. 오히려 이런 면에 작품에 대한 호감도를 올렸는지도 모른다. 



  • 재미있게 읽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 땅의 역사이지만 옥희와 정호를 통해 새롭게 인식한다. 이것이 서사의 힘이다. 좋은 작품은 시대를 관통하고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한다. 옥희와 정호에게 닿지 못하는 연민의 정과 서글프로 아름다운 삶에 대한 헌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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