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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la1228
- 작성일
- 2025.3.8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 글쓴이
- 비르지니 그리말디 저
저녁달
책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삶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사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가벼운 여행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쌓이면, 가끔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가.
그런데 이 소설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우리 삶을 여행에 빗대어 그려내면서 그 안에서 길을 찾고, 때로는 멈추고, 또다시 출발하는 과정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 속의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방황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안고 있고, 누군가는 한없이 불안해한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낯설지 않았다.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한 명의 ‘나’로 살아가면서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해왔었다. 때로는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리기도 하고, 탈출을 꿈꾸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는 순간도 있었다. 아니 지금도 나는 이 '상황'속에서 ing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것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꼭 정해진 목적지가 없더라도,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우리는 결국 어디론가 도착할 테니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배우고, 성장할 테니까.
이야기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은 순간들이었다.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여행 중 우연히 나누는 대화, 함께 나누는 식사, 길가에서 바라본 노을 같은 것들. 우리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매일 쌓이는 사소한 순간들이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거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을 끊고 멀리 가는 게 아니라, 지금 내 삶 속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여행을. 그리고 언젠가 진짜 ‘펠리시타 호’에 몸을 싣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날이 오기를.
이 책은 그런 소중한 여정을 떠올리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다.
"여행이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완벽한 종착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결국 가장 중요한 법이다.
"때로는 길을 잃어야만 새로운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엄마로, 아내로 살아오면서 가끔은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도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껴봐. 어딘가로 가는 길이 아니라,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미래를 걱정하며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지금의 내 모습과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여행에는 끝이 있지만, 그 여운은 마음속에서 계속된다."
소설을 덮고 나서도 이야기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여정도 그렇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쩌면 내 인생도 ‘펠리시타 호’에 올라탄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배는 계속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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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