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나난
- 작성일
- 2025.3.14
마티스×스릴러
- 글쓴이
- 박산호 외 4명
마티스블루
또 집어들고 말았다. 역시나 도서관 반납선반에서다. 무심코 지나치다 낯익은 표지를 봤다. 최근에 많이 봤다는 소리다. 마티스의 작품을 소재로 해서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이야기의 앤솔러지다. 반납선반에서 집어 들게 되는 책은 유난히 이런 앤솔러지가 많다. 지난 번에도 그랬었다. 이 책을 읽어야지 하고 집어 들었으나 없어진 책 한권을 찾느라 온 도서관을 다 뒤지는 통에 봉사시간이 끝난 후에나 제일 첫장을 펼 수 있었다.
피아노 치는 아이가 있다. 아이의 표정은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저 멀리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은 한 사람이다. 그 사람은 이 아이를 감시하는 걸까 아니면 가르치는 걸까. 레슨을 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거리가 있다. 작가는 이 그림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역시 정해연 작가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하는 그런 거 말이다.
엄마를 죽인 십대가 있다. 하지만 포커스는 거기가 아니다. 그가 왜 엄마를 죽였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다음 이어지는 행동은 어쩌면 누군가는 너무 뻔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뻔함 조차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걸 보니 나는 역시나 정해연 작가의 팬 일수밖에 없나보다. 결정적인 스포는 저주받은 그림이다.
작가도 다섯 이야기도 다섯 마티스의 작품도 다섯이다. 아니 더 나오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편집된 것은 그러하다. 그 다섯 점의 그림들 중에서 아마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조영주 작가가 선택한 이카로스가 아닐까 하다. 인터넷 서점의 박스에 그 그림이 사용되어서 책을 좀 산다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보암직한 가지고 있음직한 그런 그림이기 때문이다. 나도 가지고 있고. 그 그림을 바탕으로 정말 조영주스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런 앤솔러지를 읽을 때면 작가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그저 한 작가의 한 작품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정명섭 작가는 좀비를 좋아하는지 몰라도 나는 좀비를 막막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소소. 다섯명의 작가들 중 가장 낯선 작가는 박선호였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꽤 여러권 읽어본 적이 있지만 박산호 작가의 작품은 읽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단편이 더 궁금했었다. 주어져 있는 그림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그림과 관련이 있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그림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짧은 단편으로는 작가에 대해서 무언가 다 알지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박상민 작가의 글은 혹시나 의학적 요소가 부각되는 건 아닐까 했는데 그런 건 없이 연극적인 느낌을 주는 요소가 더 들어가 있는 듯 했다. 그림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는 그러한 책이랄까. 만약 내가 같은 그림을 본다면 나는 어떤 느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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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