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리뷰

PROax
- 작성일
- 2025.4.2
모순
- 글쓴이
- 양귀자 저
쓰다
양귀자의 『모순』은 삶의 복잡성과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모순적인 상황과 감정의 충돌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 가족, 사랑, 가치관, 사회적 기준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주인공 안진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키워온 어머니의 가치관과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다. 어머니는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며 살아왔고, 진진은 그런 어머니를 보며 반발심을 가지지만, 결국 자신 역시 어머니와 닮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과연 부모와 자식은 얼마나 닮아갈 수밖에 없는가?’, ‘나는 정말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섬세하다는 점이다. 진진뿐만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현실적이며, 각자의 사연과 입장이 존재한다. 단순한 선악의 구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선택과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또한, 담담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는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이 소설은 극적인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통해 모순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책을 읽고 나면 문장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곱씹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모든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철학적인 사색과 감정의 흐름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빠른 전개나 강렬한 사건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모순』은 결국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모순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모순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때로는 타협하며, 때로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은 그런 삶의 과정이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우리의 고민과 갈등이 모두 의미 있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순』은 큰 위로와 깊은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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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