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 리뷰(기타)

iseeman
- 작성일
- 2025.4.4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 글쓴이
- 진주 글/가희 사진
핑거
이 책은 저자의 글을 그에 걸맞은 사진으로 구성하고, 거기에 약간의 그림을 가미해 만든 그림책이다. 저자가 전체적인 내용을 구상하고, 사진 작가는 그에 적합한 사진을 찍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아마도 한 가족으로 짐작되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 원하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 연출을 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서로 의견을 나누었을 터이고, 그 과정에서 피사체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협조를 통해 서로의 유대가 견고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의 뒤에 포충망을 들고 걸어가는 형제의 사진으로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는, ‘나는 지구’라는 커다란 글과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두 형제의 이름이 지구와 지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인 ‘지구’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생(지호)보다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도착한 형제의 집에는 지호가 ‘태어난 날, 할아버지가 심으셨’다는 사과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사진과 글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빨간 사과가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사과나무에서, 빨간 사과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형제의 모습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함께 연출되어 있다.
그리고 책의 중간에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이라는 제목과 작가 소개가 제시된다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하겠다. 다음 페이지에는 2층의 창밖으로 내다본 형제가 ‘앗’하면서 놀라는 장면과 빨간 사과가 나무에 열린 모습이 이어진다. 사과나무에 열린 빨간 사과를 먹기 위해 이층에서 달려가는 형제들. 그러나 형인 지구는 할아버지는 당근을 찾는 것을 도와주고, 안경을 찾는 할머니를 도와주느라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 게다가 화장실에서는 볼일을 보고 휴지를 찾는 삼촌을 도와주느라 시간을 또 지체하지만, 도움을 받은 가족들은 지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모습이 정겹게 그려지고 있다.
현관문을 나선 지구에게 빈 물그릇 앞에서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는 고양이가 나타났다. 결국 고양이의 물그릇을 채워주고 나서야, 지구는 ‘햇님처럼 빨갛고 보석처럼 빛나는’ 빨간 사과를 먹기 위해 사과나무로 달려간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동생 지호가 빨간 사과를 먹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고, 베어 문 사과에서 벌레가 발견되어 동생이 그냥 뱉어버렸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열리기를 그렇게 고대했고, 드디어 나무에 매달린 빨간 사과를 먹기 위해 달려왔음에도 형제에게는 끝내 허망한 결론만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겠다.
실망하는 지구에게 할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빨간 사과를 하나씩 건네주는 사진이 이어지고, 두 형제가 식탁에서 ‘햇님처럼 빨갛고 보석처럼 빛나는 빨간 사과를’맛있게 먹는 사진으로 책의 내용은 끝이 난다. 이제 사과나무에서 열리기를 기다리기보다 ‘맛있는 빨간 사과’를 사먹는 방법이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내용은 단순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사진으로 연출한 작가의 노력이 더욱 돋보이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욱이 사과나무로 달려가다가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을 챙기는 지구의 마음이 더욱 돋보이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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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