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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
글쓴이
오한기 저
작가정신
평균
별점10 (20)
chkim419

5박 6일 여행을 앞두고 고민거리가 생겼다. 인천공항까지 공항버스를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차로 이동할 것인지. 차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지만 늘 주차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설 주차대행에 비해 공항 주차장 주차비가 덜 들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여객터미널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주차비보다 공항버스 값이 더 든다는 딸아이 주장이 비교하고 고민하는 나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차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5일간 주차비로 생돈 나가는 것 같아 찜찜했다. 무료주차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끝까지 미련이 남아 투덜거렸다.



발문을 쓴 소설가 김화진이 소설에 '고전미'가 있다고 평하는 작가 오한기의 <무료 주차장 찾기>는 연작 소설집으로 세 편의 소설이 담겨있다. 세 소설의 주인공 모두 소설가인 오한기 자신인듯싶다. 읽다 보면 에세이인가 싶지만 (실제로 육아 에세이를 써 달라는 출판사의 제안이 있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오한기 작가가 만든 캐릭터('작가의 말'에서 밝힘) 임을 감안하면 소설이 맞다.


표제작 <무료 주차장 찾기>에서 주인공인 '나'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일곱 살짜리 딸 주동의 육아를 담당하는 작가다. 어느 날 주동의 유치원 홈페이지에 기사가 버스를 몰고 사라져 등하원을 보호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공지가 떴다.


'무료 주차장을 찾으러 갑니다.
보도기사로 접한 사실인데, 기사는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p. 31)'


이 사건으로 딸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시간이 생겨나 주인공 '나'의 워라밸이 깨져버렸다. 유치원 버스 기사가 사라진 이유는 원장의 갑질이었다. 주택가에 유치원이 있어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은데, 정직원을 시켜준다는 구실로 주차비용을 기사에게 전가했기 때문이었다.


<숲 체험> 주인공의 직업은 소설가를 포함해 여섯 개나 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쏟는 건 딸 육아다. 딸 주동은 울다가도 울음을 그칠 만큼 올림픽 공원 '숲 체험'을 좋아한다. 비극은 올림픽 공원 주차장이 늘 꽉 찼다는 데서 시작된다. 딸아이 '숲 체험'만큼은 포기 못한다. 올림픽 공원에 갈 때마다 주인공의 머릿속에 늘 '무료 주차'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반품 알바>의 주인공 소설가 '나'는 아내가 정리해고당해 경제적으로 위험으로 처한다. 이때 도마뱀 구매대행으로 큰돈을 벌고 있는 선배가 제법 돈벌이가 되는 알바를 제안한다. 반품된 도마뱀을 회수하는 일인데 회수한 도마뱀을 되팔던지 보관하던지 알아서 처리해 주는 조건이 붙었다. 금방 되팔 수 있을 줄 알았던 도마뱀은 정식 사업자가 아니라 불가능했고, 가뜩이나 수명이 긴 도마뱀은 점점 늘어나 처치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도 어딘가 갈 일이 생기면 무료 주차가 가능한지부터 알아본다. 주차비는 왜 이리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주차장이 없거나 있어도 주차비를 물어야 한다면, 차도 막히고 길에다 시간을 버릴 수 없다는 핑계를 억지로 갖다 대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맘먹는다. 그럴 때마다 쥐뿔 돈도 많이 못 버는 딸아이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한마디 한다. 
"아빠~ 그럼 차는 언제 쓸 거야."


세 편의 연작 소설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인생이 어쩌면 '깔끔하게 구획된 하얀 선 내부의 보장된 공간을 갈망 (p. 61, <무료 주차장 찾기>)'하는 건 아닐까? 그 공간을 마련하려고 대여섯 개의 알바도 마다하지 않는 소설 속 주인공인 소설가 '나'처럼 말이다. 


전세나 사글세 집에 살면 마치 누군가 내가 전화해 내 구역에 왜 차를 대 놨냐는 투로 '차 빼주세요'라고 말할 것 같아 불안하다. 


'이보세요, 오한기 씨! 답답하게 도덕책 같은 소리 늘어놓고 있네. 무료 주차는 우리 권리라고요!
조나가 말을 끊었다. 나도 물론 조나가 제시한 명제 자체에는 동의하는 바지만... (p. 57, <무료 주차장 찾기>)


무료 주차가 권리라고 외쳐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주차 공간이 모자란다. 돈을 더 내고 주차공간을 서너 칸씩 차지하는 사람이 있는 까닭에 더 모자란다. 그래서 주차공간을 차지하려고 저녁이 되기 전에 귀가를 서두른다. 


그렇다고 언제나 주차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인생으로 다시 살 수 있을까? 주차 공간도 없는 인생을 택배로 받았으니, '이건 아니지'라는 변심을 이유로 반품이 되는가 말이다. 또 반품한다면 어디에 반품해야 하나. 더 비극은 반품된다손 치더라고 반품된 도마뱀처럼 처치 곤란한 인생이 돼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동을 미술학원에 들여보내고 나면 두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긴다. 강일동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작업하고 차를 몰아 고덕역 이마트로 향한다. 이게 전부 다 주차비 때문이다. 공연히 드넓은 이마트를 떠돌다 보면 몇 푼 아끼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현타도 오고. 그러고 보니 나에게 육아란 곧 '무료 주차장 찾기'일 수도 있겠구나. 무료 주차장이 무얼 상징하는지 정확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어렴풋이 감이 잡히는 듯. (p. 154, 작가의 말)'


딸이 한 말이 일리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몰고 백화점으로 가 주차한다. 엥? 내가 쓴 돈만큼만 주차시간이 무료다. 이만큼 샀으면 한 시간을 주차할 수 있으려나? 아니 두 시간? 두근두근... 
'에라이~ 무료주차 공간이나 찾아다니는 내 인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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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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