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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nisyuni
- 작성일
- 2025.4.24
행복의 기원
- 글쓴이
- 서은국 저
21세기북스
행복에 대한 책은 잘 읽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고, 책 속의 말이 전혀 와닿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은 대충 이런 느낌이다. ‘아름다운 생각을 해라,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그러면 행복에 가까워질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맞는 말이 되려면, 내 몸과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너무 힘들어서, 힘든 상황에 매몰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나도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정신력으로 다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상황이 오면,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고, 걸어도 어디로 가는지 판단이 안 서고, 나의 ‘내일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아름다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빠져나오기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다른 이들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판타지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10년 만에 재출간하면서 저자인 서은국 교수가 이리저리 꽤 나왔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교수의 모습은 행복에 대한 판타지 작가가 아닌, 극 T 성향의 학자가 쓴 행복에 대한 연구였고, 행복에 대한 판타지는 저자 자체에게도 전혀 없어 보였다.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다윈’ 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이기 때문에 행복과 어느 정도 연결이 되는데 다윈은 생뚱맞게도 생물학자이다. 어쩌다 이 둘을 중요한 대립이라 본 것인가는, 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순수하게 행복의 기원에 대한 관점)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관점을 갖고,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봤다. 먹는 것도, 일하는 것도 행복한 인생을 얻기 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다윈의 행복관은 (아마 스치듯 지나간 느낌이지만) 생존을 위함이라고 했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며, 모든 생각과 행위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행복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너무 다른 두 관점이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연료이다. 책을 덮을 때까지 두 사람의 대결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는 점점 다윈파에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이 껴들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가는 다양한 경험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내 인생을 다르게 만든다. 짧은 행복한 경험일지라도, 그때의 느낌과 기억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를 다시 일어나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의 일들을 돌아보면 결국 행복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도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고비만 지나면….’이라는 말 뒤에 어떤 말이 오느냐에 따라, 쓸데없는 후회가 될 수도 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관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관점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행복이라는 목표는 정말 판타지 같은 허상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면, 다윈의 ‘생존’을 위한 요소들 중 하나로 잘 써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행복에 대한 관점은 실사용자(?)들에겐 역시 적당히 조합이 되는 게 제일 좋은 듯하다.
저자의 모습을 보고 딱딱한 행복 일지라고 예측은 했었지만.. 역시나 그렇다. 하지만 재밌다. 과학적으로 행복을 파헤치는 것이 억지스럽지 않았고,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강추한다. 감성적이지 않은 사람에겐 더 재밌을 것 같고, 너무 감성적인 사람들에겐 약간의 휴식을 줄 수 있다.
‘행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행복은 나 혼자는 찾을 수 없기도 하다. 함께 할 사람도 필요하고 나를 자극할 무언가도 필요하다. 행복은 .. 쉬우면서 어렵다. 어쩌면 파랑새일 수도 있고. ?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맞는 말이 되려면, 내 몸과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너무 힘들어서, 힘든 상황에 매몰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나도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정신력으로 다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상황이 오면,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고, 걸어도 어디로 가는지 판단이 안 서고, 나의 ‘내일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아름다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빠져나오기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다른 이들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판타지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10년 만에 재출간하면서 저자인 서은국 교수가 이리저리 꽤 나왔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교수의 모습은 행복에 대한 판타지 작가가 아닌, 극 T 성향의 학자가 쓴 행복에 대한 연구였고, 행복에 대한 판타지는 저자 자체에게도 전혀 없어 보였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용돈을 받고 즐거워할 때 느끼는 행복 역시 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과의 빨간색처럼 행복감도 뇌에서 합성된 경험이다. 돈이라는 자극이 뇌의 특정 부위들을 흥분시켜 ‘좋다’는 일시적 경험을 합성해 내는 것이다. 돈은 무조건 누구에게나 행복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색깔을 지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 미묘한 경험이 행복이다.위 문단만 봐도 이 책의 성질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조건만으로 단순히 행복을 ‘생성’해낼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집착 일기가 바로 이 책이다.
p.23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다윈’ 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이기 때문에 행복과 어느 정도 연결이 되는데 다윈은 생뚱맞게도 생물학자이다. 어쩌다 이 둘을 중요한 대립이라 본 것인가는, 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순수하게 행복의 기원에 대한 관점)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관점을 갖고,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봤다. 먹는 것도, 일하는 것도 행복한 인생을 얻기 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다윈의 행복관은 (아마 스치듯 지나간 느낌이지만) 생존을 위함이라고 했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며, 모든 생각과 행위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행복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너무 다른 두 관점이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연료이다. 책을 덮을 때까지 두 사람의 대결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는 점점 다윈파에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이 껴들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가는 다양한 경험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내 인생을 다르게 만든다. 짧은 행복한 경험일지라도, 그때의 느낌과 기억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를 다시 일어나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의 일들을 돌아보면 결국 행복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도 맞는 것 같다.
우선 우리의 머리는 ‘불행하지 않은 것’과 ‘행복한 것’의 질적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생수 한 병은 갈증의 고통을 없애 주지만, 갈증이 가신 사람에게 물은 더 이상 행복을 주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돈이나 건강 같은 인생의 조건들은 사막에서의 물과 비슷하다. 일상의 불편과 고통을 줄이는 데는 효력이 있지만, 결핍에서 벗어난 인생을 더 유의미하게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p.118저자는 건강과 행복의 관계도 흐릿하다고 말한다. 내가 너무 아플 땐, 낫기만 하면 행복해지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불행한 생각이 나를 덮친다. 불행의 감소는 행복의 증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평소에는 느끼고 있지만, 책 속의 문장으로 읽기 전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고비만 지나면….’이라는 말 뒤에 어떤 말이 오느냐에 따라, 쓸데없는 후회가 될 수도 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관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관점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행복이라는 목표는 정말 판타지 같은 허상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면, 다윈의 ‘생존’을 위한 요소들 중 하나로 잘 써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행복에 대한 관점은 실사용자(?)들에겐 역시 적당히 조합이 되는 게 제일 좋은 듯하다.
행복이나 감정은 신비한 정신적 힘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보다 과학적인 시각은 감정의 출발지인 외부 변화에 두는 것이다. 즉,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행복을 유발하는 구체적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만들고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책 속에는 다양한 행복 연구가 있지만, 결론은 단순하다. 작은 행복 경험들을 많이 찾아다니고,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고 한다. 혼자서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도 사람과 함께 하면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피로도가 빨리 찾아올 뿐)
…
행복 확률을 높이려면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행복 압정’들을 일상에 뿌려 놓아야 한다.
p. 204
저자의 모습을 보고 딱딱한 행복 일지라고 예측은 했었지만.. 역시나 그렇다. 하지만 재밌다. 과학적으로 행복을 파헤치는 것이 억지스럽지 않았고,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강추한다. 감성적이지 않은 사람에겐 더 재밌을 것 같고, 너무 감성적인 사람들에겐 약간의 휴식을 줄 수 있다.
‘행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행복은 나 혼자는 찾을 수 없기도 하다. 함께 할 사람도 필요하고 나를 자극할 무언가도 필요하다. 행복은 .. 쉬우면서 어렵다. 어쩌면 파랑새일 수도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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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