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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4
글쓴이
권희진 외 2명
문학과지성사
평균
별점8.6 (37)
avio
늘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감동과,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의 큰 울림을 주었던 ‘소설 보다’시리즈의 2024년 가을 이야기를 접해 본다.


 젊고 주목받는 작가들이 바라보는 2024년의 가을은 어떠한지, 그들에게 가을은 어떤 계절로 기억되고 있는지 많은 관심이 간다. 다른 계절의 작품들도 그렇지만, 2024년 가을의 작가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작품을 써내려 가고 있다.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그 대상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과 그리움을 가슴에 느끼며 작가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본다.



 오랜 시간 가까운 관계로 지내며 일상을 공유하던 ‘태수 형’과의 오해와 이해가 반복되던 지난 날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추억을 따라가보는 내용을 다룬 권희진 작가의 「걷기의 활용」.



 그러니까 나는 걷다 보면 태수 형과 K와 눈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라고 묻던 그의 입술도 생각한다. 원하는 거. 글쎄, 남들처럼 살다가 남들처럼 죽는 거. 말라비틀어지든 머리털이 다 빠지든 그게 어떤 모습이든 노인이 됐다가 사라지는 거. 그런 거를 당신이랑 같이 겪는 거. (…) 그 말을 그때 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그게 가장 슬프다. <작품 中>



 ‘존재의 부재를 통해 증명되는 존재의 소중함’. 일상처럼 늘 함께했던 존재에 대한 소중함은 존재가 부재했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의 전부는 사소한 것들 뿐이지만, 그 사소함 역시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함께 해야 알 수 있는 것들임을 말하며, 소중한 존재와 쌓아 올리는 관계의 단단함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나’에게는 걷는 것이 평범하지만 중요한 일상이었던 것처럼, 지금은 부재한 누군가의 존재가 중요한 존재였음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와 기억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누고,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가지는 소중함을 새삼 되새겨 본다.



 “상대를 향해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내 마음이라는 그릇에 기꺼이 담아낼 수 있는 행위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마다 그릇의 ‘모양’은 제각각이겠지만 감정들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면 꽤 커야겠지요. 많은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 모든 이해가 모종의 오해이고 모든 오해가 일종의 이해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작가의 말 中>



 이웃 주민의 인스타 라이브 방송에서 클릭 도우미로 고용된 ‘나’가 이웃의 남편이 죽은 이후 그들 부부의 관계, 독특했던 그들의 추억들을 함께 ‘기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미상 작가의 「옮겨붙은 소망」.



 소설적 상상의 세계이지만, 마치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박진감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미상 작가의 작품에 기대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작가 본인만의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끌어 푹 젖게 하는 기분이다.



 사람들에게 돌아가려고, 다시금 그들의 뜨끈한 손을 잡아보려고, 더는 외롭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세상에 달라붙으려고, 그는 달리고 또 달렸다. (…) “죽어서도 사랑받는 사람의 일부가 영원히 우리의 심장에 닿아 있습니다.” <작품 中>



 독특하다고만 느껴졌던 그들의 관계에서 철저하게 아내의 소망을 이뤄주는 존재였던 남편이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떠나 버린 후 남편이 남기고 간 그 시간과 관계의 의미까지(더 이상 자신에게는 의미가 없었기에) 고용한 이웃에게 넘기는 모습이 씁쓸하면서도 처연하고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음이 번지게 한다.



 결국 모든 것을 ‘나’에게 전달해주고, 쓸쓸함과 우울함을 안은 채 자살에 도달한 ‘이웃’을 통해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매려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나’의 모습. 그 모습과 함께 자신만의 악착같고 치밀한 행동으로 또한 그 부부를 대신해 하는 ‘나’의 행동들에서 무언가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모습’은 상충되는 듯 하나인 듯 ‘행복하지만 불행하다’와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행복’이나 ‘비극’ 중 하나로 반드시 결론 나지 않아도 된다면 ‘자충수’를 두는 일은 조금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을까요, n&n’s의 사후에 ‘나’의 언어 속에서 n&n’s의 삶이 그려지는 방식을 ‘나’가 품은 애정과 존중에 기대어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 좋아하는 것과 깊이 연결되면서도 또한 현명하게 연결을 끊으며 좋은 균형 감각을 찾는 것이 저의 한결 같은 목표입니다.” <작가의 말 中>



 교회에서 인연이 돼 일상을 함께 보내는 관계가 된 기은과 준영이 동네 곳곳에 적힌 낙서를 찾아다니며 일상과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 정기현 작가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



 무엇보다 기은은 이런 대화가 낯설었다. 준영과 함께 물 위를 붕붕 떠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준영은 도무지 발을 붙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곳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어떤 유속에도 물 안을 물 밖처럼 자연스레 거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 그러자 마음에 슬픔이 깃들었다. (…) 자신이 비로소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이 된 것에 아늑함을 느끼면서도 슬픈 마음을 가지게 된 덕분에 슬픔 속에 한참을 머물다 자리를 떴다. <작품 中>



 휴직 중인 기은이 작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목사의 아들인 준영과 탁구도 치고, 산책도 하는 등의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낙서와 낙서의 비밀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하며 쾌감도 느끼지만, 한 구석에서는 ‘정체 모를 슬픔’을 느끼게 된다.



 한없이 슬퍼만 할 수 없는 것, 슬픔이 슬픔을 넘어서 하나의 일상이 되는 것, 슬픔에 압도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슬픔을 ‘조절’할 수 있는 것, 그 상태로의 슬픔의 ‘진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통해 좀더 성숙해지고, 좀더 성장하는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런데 관계가 어떻게든 뚜렷해진 이후보다는 그 이전의, 혼란하던 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고 그 마음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슬픔에 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 일상에 이야기를 덧씌워보면서 반복을 반복 아닌 것으로 노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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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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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칼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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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bserv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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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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