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책방
  1.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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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읽는 법
글쓴이
트리스탄 굴리 저
바다출판사
평균
별점8.6 (14)
추억책방

 
 지난 달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영남 지역으로 번져 안타깝게도 수많은 사상자와 함께 소중한 산림 약3.7만ha를 소실시켰다. 이번 대형 산불로 오랫동안 가꾼 많은 산림이 훼손되었는데, 한 편에서는 봄의 전령인 산수유를 시작으로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라일락 등 꽃나무들이 차례로 개화하며 도심과 산야를 봄꽃으로 물들이고 있다. 

 영남 지역의 대형 산불로 훼손된 산림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활짝 핀 봄꽃을 보며 나무에 대한 책 한 권을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트리스탄 굴리의 『나무를 읽는 법』이다. 나무를 읽는 기술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수종을 식별하는 기술에 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책은 나무의 이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무의 특정 모양과 패턴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2부에 걸쳐 나무가 알려주는 수백 가지의 신호를 설명해 준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공원이나 숲에서 나무를 보면 나무의 이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데 지은이 크리스탄 굴리는 나무를 제대로 보려면 나무의 이름 자체보다 나무의 형태, 잎, 가지, 줄기, 뿌리 등에 새겨진 자연의 신호들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이 빛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무의 형태를 찬찬히 보며 나무와 빛의 관계를 깊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거리에서 쉽게 만나는 가로수들은 상가 간판가림이나 고압선 저촉 예방을 위해 가지치기를 강하게 해서 고유의 수형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숲에서 인간의 간섭 없이 자라는 나무들은 고유의 특징이 있다. 밝고 탁 트인 공간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다양한 빛을 수없이 받기 때문에 가지를 다양한 높이의 여러 층으로 자라게 하지만(다층), 그늘에서 자라다가 캐노피(수관) 꼭대기까지 성장하도록 특화된 나무들은 평평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단층). 생각해 보면 시골 마을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정자 나무들은 개방된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다층 구조로 자라는데 비해 깊은 숲 속 안으로 들어가 위를 올려다보면 단층으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베테랑 탐험가인 지은이의 이력 중 눈에 띄는 것이 자연에서 얻은 단서를 활용해 길을 찾아 나가는 자연항법으로 탐험하는 것인데, 책에는 자연의 신호로 이용해 길을 찾는 방법들이 많이 나온다. 나무들은 자라면서 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탁월풍이 부는 방향으로 나무 꼭대기가 휘기도 하는데 영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냉온대 지역에서는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북미 중위도 지역에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와 같은 패턴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자연 신호는 자연항법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 밖에 바람에 대응하는 줄기의 신호를 통해서도 방향을 알 수 있는데 줄기는 탁월풍의 방향과 일직선으로 볼 때 가장 얇아 보이고, 직각으로 바라볼 때 가장 두꺼워 보이기 때문에 줄기의 두께 차이를 보고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줄기가 가늘어진다).
 



 『나무를 읽는 법』에서 지은이는 줄기, 그루터기, 뿌리를 비롯해 나뭇잎의 모양 변화, 나무 껍질 등에서 전하는 신호들을 통해 나무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대응해 나가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지은이의 오랜 탐험 활동에서 얻은 실전 경험과 식물학자 못지않은 전문 지식을 담아낸 것이 이 책의 특징인데 나무의 생태와 관련된 전문 용어들로 인해 식물학이나 나무에 관심이 적은 독자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책은 아니니 식물 분야나 나무 생태에 관심 있는 독자나 관련 전공자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자연 분야의 양서라는 생각이 든다. 바쁜 생활 속에서 나무를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가끔은 시간 내어 공원이나 숲에 찾아가 나무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자연의 신호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무를 읽는 법 #트리스탄 굴리 #번역 이충 #자연의 신호 #자연항법 #책의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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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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