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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 작성일
- 2025.5.1
돈키호테 1
- 글쓴이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저
열린책들
우와, 벽돌책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완역본을 읽는 건 처음이에요.
읽지 않은 책인데 왠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명작들이 있잖아요. 특히 돈키호테는 연극, 뮤지컬로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라서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무도 모르게, 나만의 돈키호테를 마음 속에 품고 있었는데, 김호연 작가님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다가 너무나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생각난 거예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그러다가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이런 마음을 먹었더니 눈앞에 딱!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새로운 한국어판 《돈키호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책이 나온 거예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라서 읽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싶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신세계였어요. 서문을 보면, "한가로운 독자여, 제가 제 지혜의 산물인 이 책이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사려 깊고 가장 멋진 책이기를 원한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27p)로 시작되는데, 작가 자신이 스스로를 '돈키호테의 아버지'라고 표현하면서 무작정 못난 아들을 자랑하는 팔불출이 아니라 철저히 '계부의 입장'에서 했노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웃음이 났네요. 책을 쓰는 일이 가장 힘들었지만, 실은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서문을 쓰는 게 가장 힘듭니다." (28p)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돈키호테 데 라마차에 대해서는 몬티엘 지역 주민들의 말을 빌려, "지금까지 그 지역에서 나왔던 가장 순수한 연인에 제일 용감한 기사였다" (36p) 라며 돈키호테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네요. 아무리 소설 속 인물이라고 해도, 이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 가족과 다름 없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돈키호테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니, 작가의 진심이 통했네요.
이번 완역본에는1605년 초판본 표지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만날 수 있어요. 폴 구스타브 도레는 프랑스 삽화가이자 판화작가이며 그가 그린 《돈키호테》의 삽화가 현재까지 그려진 삽화 중 최고로 꼽는다고 해요. 실제로 삽화를 보고 있노라면 인물들의 표정과 주변 풍경들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묘하게 빨려드는 느낌이에요. 삽화 아래에 짤막한 설명이 적혀 있어서 동화책 같기도 해요.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있는 돈키호테의 주변을 환상적으로 묘사한 그림 아래에는 "기사 소설에 푹 빠진 그는 이제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53p) 라고 적혀 있는데, 그림 자체가 예술이네요. 검은 펜으로 그려진 세밀화, 흑백의 그림인데도 묘사가 탁월해서 입체적으로 느껴져요. 영화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인데 이미 삽화가들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영상을 넣어준 것 같아요.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돈키호테》 1권은 1605년 세르반테스가 쉰일곱 살 되던 해에 발표한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 전편이고 , 2권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1615년 속편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 를 번역한 것이라고 하네요. 세르반테스는 이듬해 4월 세상을 떠났어요.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돈키호테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게 될 줄 알았을까요. 왠지 알았던 것 같아요. 발표된 당시에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는데, 다들 바보가 아니라는 걸 티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훌륭한 사람들이라면 척 알아볼 수밖에 없는 걸작 《돈키호테》니까요.
"책 돈키호테여, 네가 조심해서
훌륭한 사람들에게 가면
경험이 없는 자도 네가 뭘 모른다는
그런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네가 바보들의
손에 들어가고자
안달할 때면
설혹 그들이 똑똑한 척하더라도
즉각 그들이 바보임을
알게 될 것이다." (37-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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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