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리뷰

tagalong
- 작성일
- 2025.5.3
첫 여름, 완주
- 글쓴이
- 김금희 저
무제
여름은 늘 나를 소외시키는 계절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직 나만 빼고 온 세상이 눈부시게 푸르른 인상이라, 그 찬란한 청춘 같음에 짓눌려 내 그늘이 더 짙어졌다. 그리고 그 가차 없는 뜨거움에 외출할 때면 눈물인지 땀인지를 항상 흘려야 했으므로, 여름은 과연 나에게 꼴찌로 좋아하는 계절이다.
이런 여름에 대한 인상을 품은 채, 먼저 <첫 여름, 완주>를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가끔 울고, 자주 웃었다. 어저귀의 시작이었던 그 녹색의 푸름에, 완주 마을에 내린 아래로부터 차오르는 비에, 여기(현실)에는 없는 그 낯선 곳에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사는 사람들로부터 나는 깊은 안녕을 얻었고, 또 자애로워 보이는 대자연이 사뭇 무서워졌고, 낯선 이들을 한 명 한 명 지금 안아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울고 웃었다.
종이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보다 소설 속 한여름이 나에게 더 크게 팔 벌려 곁을 내주었다. 나무로부터 나와 내 손에 들린 종이책이라서일까. 기꺼이 큰 품을 내주어 아주 작은 나의 자리는 여기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고 환영해 주고, 곧 함께 푸르러질 계절이 되었다. 내 그늘이 음습하기만 한 찬란함에 짓눌린 그늘이 아니라, 실은 숲 바닥에서 작은 벌레들, 그리고 버섯이며, 미생물이며, 포자며, 지류며…. 하여튼 생명력 넘치는 영양가 높은 기름진 땅의 기분 좋은 서늘함을 품은 음지로 바뀌었다.
그런 생명을 품은 땅이라면 살아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 여름 속의 그늘(음지)로부터 나올 수 있겠다. 작은 생명부터, 동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돕고, 돌보고, 들여다볼 마음이.
그렇다면 난 여름에게 소외당하지 않고 소외시키지도(내가 여름을 안 좋아한다고 여름이 신경이나 쓰겠냐마는) 않고 서로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의 인상이 자꾸만 크게 펼쳐져 보여서,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게 된 문장은 열매 할아버지의 말이 되었다.
자연-스럽다, 自然-
: 꾸밈이나 억지가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데가 있거나, 본래 그대로의 특성이 있다.
순리를 거스르면 좋을 거 없다는 할아버지의 말. 털도 내리 쓸어야 빛이 난다는 말. 그냥 그 상태로 두면 좋고, 빛나고, 넉넉해진다는 말을 오래 생각했다. 돈으로 환산된 가치들과, 그것들을 향해 마음의 병을 얻어도 부단히 노력하는 청춘들(나조차도)과, 평가받는 일에 매몰되어있는 요즘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인위적으로 보인다. 직선으로, 경쟁적으로 내달려 정해진 1등이 단 한 명인 레이스보다, 동그란 원 안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 모두가 1등일 수 있는 삶 속에서, 물이 흘러가야 하는 길을 그냥 아는 것처럼. 억지 없이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우리 각자의 완주를 이뤄내길 바란다.
이런 여름에 대한 인상을 품은 채, 먼저 <첫 여름, 완주>를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가끔 울고, 자주 웃었다. 어저귀의 시작이었던 그 녹색의 푸름에, 완주 마을에 내린 아래로부터 차오르는 비에, 여기(현실)에는 없는 그 낯선 곳에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사는 사람들로부터 나는 깊은 안녕을 얻었고, 또 자애로워 보이는 대자연이 사뭇 무서워졌고, 낯선 이들을 한 명 한 명 지금 안아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울고 웃었다.
종이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보다 소설 속 한여름이 나에게 더 크게 팔 벌려 곁을 내주었다. 나무로부터 나와 내 손에 들린 종이책이라서일까. 기꺼이 큰 품을 내주어 아주 작은 나의 자리는 여기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고 환영해 주고, 곧 함께 푸르러질 계절이 되었다. 내 그늘이 음습하기만 한 찬란함에 짓눌린 그늘이 아니라, 실은 숲 바닥에서 작은 벌레들, 그리고 버섯이며, 미생물이며, 포자며, 지류며…. 하여튼 생명력 넘치는 영양가 높은 기름진 땅의 기분 좋은 서늘함을 품은 음지로 바뀌었다.
157p. 굳이 설명한다면 친교 적 조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그런 생명을 품은 땅이라면 살아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 여름 속의 그늘(음지)로부터 나올 수 있겠다. 작은 생명부터, 동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돕고, 돌보고, 들여다볼 마음이.
그렇다면 난 여름에게 소외당하지 않고 소외시키지도(내가 여름을 안 좋아한다고 여름이 신경이나 쓰겠냐마는) 않고 서로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의 인상이 자꾸만 크게 펼쳐져 보여서,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게 된 문장은 열매 할아버지의 말이 되었다.
123p. 여름을 왜 식히넌 겨, 여름이 여름다워야 곡식도 익고 가을, 겨울이 넉넉해지지.
순리를 거스르믄 좋을 거 읎어. 털도 내리쓸어야 빛이 나는 겨.
자연-스럽다, 自然-
: 꾸밈이나 억지가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데가 있거나, 본래 그대로의 특성이 있다.
순리를 거스르면 좋을 거 없다는 할아버지의 말. 털도 내리 쓸어야 빛이 난다는 말. 그냥 그 상태로 두면 좋고, 빛나고, 넉넉해진다는 말을 오래 생각했다. 돈으로 환산된 가치들과, 그것들을 향해 마음의 병을 얻어도 부단히 노력하는 청춘들(나조차도)과, 평가받는 일에 매몰되어있는 요즘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인위적으로 보인다. 직선으로, 경쟁적으로 내달려 정해진 1등이 단 한 명인 레이스보다, 동그란 원 안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 모두가 1등일 수 있는 삶 속에서, 물이 흘러가야 하는 길을 그냥 아는 것처럼. 억지 없이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우리 각자의 완주를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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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